【시집, 발표詩】/발표詩

외딴 골목길에 선 가로등

이제민 시인 2010. 6. 22. 14:48

외딴 골목길에 선 가로등

이제민

외딴 골목길에
가로등 하나 서 있다.

발길이 뜸해지면
어김없이 나타나
어둠을 밝게 비추는 등불

두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술 한잔 마신 것처럼
흐느적거리며 지나가는 모습
낯선 광경은 아니었다.
우리들의 아버지 모습이었다.

그래도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반가이 맞아줄 가족이 있다는 것
그나마 다행이었다.
낯선 골목길에서
기다림에 지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떠돌이 인생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친구 삼아
흐릿한 기억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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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10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