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세상 외 2편 (한국문학세상 2021년 가을 겨울호)
함께하는 세상
이제민
함께하는 세상은
아름답다
위험한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시민들
힘을 합쳐 돕고
안도의 한숨 내쉬며
제 갈 길 간다
삭막한 도시가 아닌
인정이 넘치는 활기찬 거리
혼자만의 세상이 아닌
다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희망이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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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21년 가을·겨울호 통권 39호
늦가을 풍경
이제민
가을바람 유혹에
리듬 타며
붉게 타오르고
깊어가는 가을밤
찻잔에 떠 있는 달그림자
숨바꼭질하다 잠 못 이루네
가을 끝자락에
남은 열매
산까치 나눠주고
찬바람
산 등허리 몰아치면
집 안에 꼭꼭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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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21년 가을·겨울호 통권 39호
귀바위 마을
이제민
보은(報恩)에서 삼십 리
탄부면(炭釜面) 동남쪽 넓은 들
군데군데 옹기종기 모여 산다
남쪽에 울미산[雲霧山] 아래
보은에서 흐르는 대냇물[竹川, 報靑川]과
속리산(俗離山)에서 흐르는 삼가천(三街川)이
구정부리에서 합수(合水)된다
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귀바위, 구암(龜岩)이라 하고
1914년에 중관리(中官里), 하관리(下官里)를 병합하여
아홉 개 바위[고인돌, 支石墓]가 있어
구암리(九岩里)라 했다고 한다
거북바위라 부르는 제1호 지석묘는
한 해가 바뀔 때, 햇곡식이 날 때, 가을걷이가 끝나면
정성스레 음식을 차려놓았다고 한다
바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숨바꼭질하면서 놀았던 어린 시절
냇가에서 낚시하고
도랑에서 미꾸라지, 메기, 붕어, 가재 등
족대로 잡았던 때가 있었다
모내기 철 마을 주민들 품앗이하고
흥겹게 민요 부르며 못줄 맞춰 심고
새참에 막걸리 한잔 걸치니 어깨춤 절로 나온다
둠벙[웅덩이]을 파서 물 대고
가을이면 누렇게 영글어가는 들녘에
우스꽝스러운 허수아비 세워 놓고
벼 베고 타작하니 흥에 겨워 콧노래 부른다
안말에 주막이 있었으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빨래터는 농지정리로 물길이 바뀌어 사용하지 않는다
동오리산은 오리가 서 있는 것 같고
들 한복판에 5개 모여있어 부(富)와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속리산에서 흐르는 맑은 물과 따사로운 햇볕
상쾌한 바람이 어우러져 미질(味質)이 좋은 탄부 쌀
트랙터, 이양기, 콤바인 등 농기계 보급으로 일손은 줄고
한우를 키우며 농가소득은 늘어간다.
*참고자료: 보은군지, 보은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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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21년 가을·겨울호 통권 3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