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작농의 눈물
이제민
한 시골마을
가난한 농민이 살고 있었다.
농사가 잘돼 풍년이 들면
수매收買를 다 바치지 못하고
흉년이 드는 해에는
소출이 적어 가난을 면치 못했다.
그래도 자기 땅이라도 있는 사람은
그나마 났지만
소작농小作農은 애써 농사를 잘 지어봐도
지주地主에 임대료를 주고 나면
손에 쥔 소득은 몇 푼 안 되었다.
자식들은 커가고
비료대금 등 농자잿값은 점점 오르고
정부에서 지급하는 쌀 소득보전 직불금*마저
지주에 빼앗기고 마는 현실
부수입을 올리려고
소, 돼지, 닭 등 가축을 길러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탓에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 파동에
생활은 나아지지가 않았다.
오히려 융자를 받은
빚만 늘어갔다.
"아빠, 우리는 왜 이렇게 가난한 거야?
언제 가난을 면할 수 있어?"
자식의 말에
제대로 해주지도 못한
아빠의 눈에는
눈물만 한없이 흘러내린다.
* '쌀 소득보전 직불금'은 정부가 실제 벼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쌀값 하락분의 일부를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쌀 시장 개방 확대에 따른 농가의 소득 안정을 위해
2005년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제정과 동시에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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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08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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