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294

비 오는 날 커피 한 잔

비 오는 날 커피 한 잔 이제민 커피 한 잔 마시며 창가에 서서 내리는 비를 바라봅니다. 사색하기 좋은 날 달콤한 헤이즐넛 향에 젊은 시절 추억을 생각합니다. 보슬보슬 빗소리 당신과 함께했던 수채화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소소한 이야기 창문에 흘러내리는 빗물처럼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 ·월간 『한올문학』 2023년 4월호 통권 160호

고목(古木) 외 2편 (한국문학세상 2023년 봄 여름호)

고목(古木)이제민한때는 새소리 들리고바람 소리 청명한언덕 위 나무 한 그루길 너머 발길이 뜸한 한적한 곳아름드리 느티나무세월의 고단함을 이고 있다오랜 세월 계절이 순환하듯가지마다 새잎은 지고 피는데언제부턴가 꽃을 피울 수 없었다그때부터인지 새들도 찾지 않으니스치는 바람 소리조차 휭휭 지나간다다시 꽃 피울 수 있을지기대감 저버린 지 오래밑동마저 흔들리고 만다.------------------------·계간 『한국문학세상』 2023년 봄·여름호 통권 42호새벽 바다이제민갯내 품은 해변에근심 걱정 내려놓고잔잔한 바다에 몸을 싣는다포구에는 뱃고동 소리 내며새벽 항해를 시작하고고요했던 짙푸른 바다는 넘실거린다수평선 너머 희망찬 해가 떠오르고붉은빛으로 물든 물결 보니신비롭고 황홀하다햇살 가득한 은빛 바다싱그런 물..

가로등

가로등 이제민 어두워지면 켜지는 등불 언제나 제자리에 서서 희망을 주는 한 줄기 빛 두 어깨에 무거운 짐 짊어지고 터덜터덜 걷는 길에 불빛이 출렁거린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소리 없이 등대처럼 길잡이 한다 슬픈 사연 가득 안고 늦게 돌아와도 홀로 서서 반갑게 맞이한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3년 봄·여름호 통권 42호

새벽 바다

새벽 바다이제민갯내 품은 해변에근심 걱정 내려놓고잔잔한 바다에 몸을 싣는다포구에는 뱃고동 소리 내며새벽 항해를 시작하고고요했던 짙푸른 바다는 넘실거린다수평선 너머 희망찬 해가 떠오르고붉은빛으로 물든 물결 보니신비롭고 황홀하다햇살 가득한 은빛 바다싱그런 물결 위로 갈매기 끼룩끼룩꿈을 향해 날갯짓한다.------------------------·계간 『한국문학세상』 2023년 봄·여름호 통권 42호·계간 『한국문학세상』 '제19회 대한민국 디지털 문학상' 시문학상 당선작 (2024년 5월 31일)

고목(古木)

고목(古木) 이제민 한때는 새소리 들리고 바람 소리 청명한 언덕 위 나무 한 그루 길 너머 발길이 뜸한 한적한 곳 아름드리 느티나무 세월의 고단함을 이고 있다 오랜 세월 계절이 순환하듯 가지마다 새잎은 지고 피는데 언제부턴가 꽃을 피울 수 없었다 그때부터인지 새들도 찾지 않으니 스치는 바람 소리조차 휭휭 지나간다 다시 꽃 피울 수 있을지 기대감 저버린 지 오래 밑동마저 흔들리고 만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3년 봄·여름호 통권 42호

한글을 지켜요 외 2편 (한국문학세상 2022년 가을 겨울호)

한글을 지켜요 이제민 우리글이 없어 한자(漢字)로 쓰던 때 우리말을 쉽게 배우고 쓰기 위해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하셨다 일제 강점기 때 나라를 잃어 민족의 얼과 정기 말살당하고 한글을 빼앗긴 설움에 우리 말과 글을 지키려 노력한 선인(先人)들 세상을 떨치는 우수한 우리말, 한글 아직도 일본어 찌꺼기가 남아있고 인터넷 보급으로 한글을 훼손하는 신조어(新造語)가 늘어나고 있다 민족정신 깃든 우리 말과 글 바르고 예쁘게 써서 소중히 여겨 후대(後代)에 물려주는 우리가 모두 한글 지킴이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2년 가을·겨울호 통권 41호 귀바위[龜岩] 마을* 가을 풍경 이제민 길섶에 핀 들꽃 갈바람에 살랑거리고 탁 트인 들녘에 옹기종기 모여..

눈 오는 날의 겨울 찻집 풍경

눈 오는 날의 겨울 찻집 풍경 이제민 산길 따라가면 외딴 아담한 찻집이 나온다 통나무로 지은 차향 가득한 그림 같은 집 햇빛에 비친 눈꽃 보석처럼 반짝이고 사각사각 눈을 밟으며 걷는 즐거움 산속 눈 쌓인 통나무집 고즈넉한 풍경이 운치 있다 굴뚝에선 뽀얀 연기가 뭉실뭉실 피어오르고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 아늑하고 푸근하다 찻집에 들어서면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고 주전자 물 보글보글 끓는 소리에 마음마저 훈훈하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2년 가을·겨울호 통권 41호

귀바위[龜岩] 마을 가을 풍경

귀바위[龜岩] 마을* 가을 풍경 이제민 길섶에 핀 들꽃 갈바람에 살랑거리고 탁 트인 들녘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귀바위 마을 대양(大陽) 쪽으로 보이는 동오리산 소나무 숲으로 새들 휴식처 되고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 허수아비 춤추고 벼 이삭 알알이 영글어 가네 밀짚모자 쓴 농부 이마엔 송골송골 땀방울 맺히고 콤바인으로 수확한 알곡 보니 어깨춤 들썩 풍년가 절로 나오네 햇곡식으로 거북바위에 음식 차려놓고 제(祭)를 올렸던 옛 풍속(風俗) 현대식 건물로 단장하고 집집이 농기계 갖추고 대대로 농사를 짓네. * 귀바위[龜岩] 마을 : 충북 보은군 탄부면 구암리의 으뜸이 되는 마을. 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2년 가을·겨울호 통권 41호 귀..

한글을 지켜요

한글을 지켜요 이제민 우리글이 없어 한자(漢字)로 쓰던 때 우리말을 쉽게 배우고 쓰기 위해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하셨다 일제 강점기 때 나라를 잃어 민족의 얼과 정기 말살당하고 한글을 빼앗긴 설움에 우리 말과 글을 지키려 노력한 선인(先人)들 세상을 떨치는 우수한 우리말, 한글 아직도 일본어 찌꺼기가 남아있고 인터넷 보급으로 한글을 훼손하는 신조어(新造語)가 늘어나고 있다 민족정신 깃든 우리 말과 글 바르고 예쁘게 써서 소중히 여겨 후대(後代)에 물려주는 우리가 모두 한글 지킴이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2년 가을·겨울호 통권 41호

귀바위 마을

귀바위 마을 이제민 보은(報恩)에서 삽십 리 탄부면(炭釜面) 동남쪽 넓은 들 군데군데 옹기종기 모여 산다 남쪽에 울미산[雲霧山] 아래 보은에서 흐르는 대냇물[竹川, 報靑川]과 속리산(俗離山)에서 흐르는 삼가천(三街川)이 구정부리에서 합수(合水)된다 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귀바위, 구암(龜岩)이라 하고 1914년에 중관리(中官里), 하관리(下官里)를 병합하여 아홉 개 바위[고인돌, 支石墓]가 있어 구암리(九岩里)라 했다고 한다 거북바위라 부르는 제1호 지석묘는 한 해가 바뀔 때, 햇곡식이 날 때, 가을걷이가 끝나면 정성스레 음식을 차려놓았다고 한다 바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숨바꼭질하면서 놀았던 어린 시절 냇가에서 낚시하고 도랑에서 미꾸라지, 메기, 붕어, 가재 등 족대로 잡았던 때가 있었다 모내기 철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