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128

10·29 참사

10·29 참사 이제민 이태원 핼러윈 축제 즐기려 코로나19 해방감으로 마스크 벗고 길거리에 나왔던 젊은 사람들 골목마다 인파로 북적거리고 발 디딜 수조차 없이 모여드는데 안전관리도 없고 위험을 여러 번 신고했으나 늦장 대응으로 많은 고귀한 생명이 희생됐다 비통하고 원통하랴! 발을 동동거리며 구조를 기다린 시간 그들에게는 돌아올 수 없는 긴 시간이었으리라 8년 전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이 다시금 상기(想起)되어 가슴이 먹먹하다 묵묵히 애도를 표하며 애써 눈물을 훔치고 국화꽃 한 송이 헌화한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며

한글을 지켜요

한글을 지켜요 이제민 우리글이 없어 한자(漢字)로 쓰던 때 우리말을 쉽게 배우고 쓰기 위해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하셨다 일제 감정기 때 나라를 잃어 민족의 얼과 정기 말살당하고 한글을 빼앗긴 설움에 우리 말과 글을 지키려 노력한 선인(先人)들 세상을 떨치는 우수한 우리말, 한글 아직도 일본어 찌꺼기가 남아있고 인터넷 보급으로 한글을 훼손하는 신조어(新造語)가 늘어나고 있다 민족정신 깃든 우리 말과 글 바르고 예쁘게 써서 소중히 여겨 후대(後代)에 물려주는 우리가 모두 한글 지킴이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2년 가을·겨울호 통권 41호

구암팔경(九岩八景), 구암팔영(九岩八詠)

구암1)팔경(九岩八景) 이제민 구암지석(龜岩支石) / 거북바위2)는 지석묘군 운무밀운(雲霧密雲) / 울미산3)의 뭉게구름 야중압원(野中鴨園) / 들판에 있는 동오리산4) 삼가조어(三街釣魚) / 삼가천에서 고기를 낚고 성하노괴(盛夏老槐) / 한여름의 늙은 느티나무 곡숙추야(穀熟秋野) / 곡식이 익는 가을들녘 주막유객(酒幕留客) / 주막에 머무르는 나그네 병벽세고(洴澼洗姑) / 빨래터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 -------------------------------------------------------- 1) 구암(九岩) : 본래 보은군(報恩郡) 탄부면(炭釜面)의 지역으로서 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있으므로 거북바위, 귀바우, 또는 구암(龜岩)이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중관리(中官里)와 하..

귀바위 마을, 귀바위[龜岩] 마을 가을풍경

귀바위 마을 이제민 보은(報恩)에서 삽십 리 탄부면(炭釜面) 동남쪽 넓은 들 군데군데 옹기종기 모여 산다 남쪽에 울미산[雲霧山] 아래 보은에서 흐르는 대냇물[竹川, 報靑川]과 속리산(俗離山)에서 흐르는 삼가천(三街川)이 구정부리에서 합수(合水)된다 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귀바위, 구암(龜岩)이라 하고 1914년에 중관리(中官里), 하관리(下官里)를 병합하여 아홉 개 바위[고인돌, 支石墓]가 있어 구암리(九岩里)라 했다고 한다 거북바위라 부르는 제1호 지석묘는 한 해가 바뀔 때, 햇곡식이 날 때, 가을걷이가 끝나면 정성스레 음식을 차려놓았다고 한다 바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숨바꼭질하면서 놀았던 어린 시절 냇가에서 낚시하고 도랑에서 미꾸라지, 메기, 붕어, 가재 등 족대로 잡았던 때가 있었다 모내기 철 마..

[오마이뉴스] 가을, 다람쥐의 오래된 미래 (가을단상 詩 인용)

가을, 다람쥐의 오래된 미래 21.10.19 11:12l최종 업데이트 21.10.19 11:12l 용인시민신문 돈각스님 (yongin21) 가을은 햇볕(火)이 쬐여 벼(禾)를 거두는 때라는 뜻이다. 그 의미는 기원전 1200년 즈음에 처음 등장한 갑골문자로 메뚜기를 그린 형상이다. 결실을 앞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메뚜기를 잡기 위해 불을 피운 모습이다. 고대 농경사회와 달리 현대인들에게 가을은 풀이 마르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시기이다. 또 이파리에 오색 단풍이 드는 때를 말한다. 절기상으로 입추(立秋)로부터 입동(立冬) 전까지 기간이다. 양력 8월 초부터 11월 초까지인데, 기상학상으로 9일간 하루 평균 기온의 이동 평균이 섭씨 20도 미만으로 떨어진 뒤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부터가 가을인 셈이다. ..

은행나무 아래에서 -강직한 용재공(慵齋公) 이종준(李宗準)

은행나무 아래에서 -강직한 용재공(慵齋公) 이종준(李宗準) 용재공 16세손 이제민(李濟珉) 의성현령(義城縣令) 지낸 후 모처럼 사우(士友)와 바둑을 둔다. 부친께서 심은 은행나무 집 가리켜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이 ‘금호고사(琴湖高士)의 집’이라 했단다. 1498년 무오년(戊午年) 혼란한 정국 사화(士禍)에 연루되었다고 붉은 옷을 입고 나타난 금오랑(金吾郞) 짙어가는 푸르른 은행나무 아래 삼매경에 빠져 바둑을 두는 용재공 주변에서 금부도사(禁府都事)가 도착한다고 알리니 “아직 나를 잡아들이라는 명을 듣지 못했다.” 꿋꿋이 바둑을 둔다. 명을 받고 노모(老母)께 하직 인사 올리니 "피하지 말고 의롭게 맞으라!"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여기며 담담히 당부하신다. 국문(鞫問)에도 흐트러짐 없이 임..

용재공(慵齋公) 이종준(李宗準)을 기리며

용재공(慵齋公) 이종준(李宗準)을 기리며 -용재공 16세손 이제민(李濟珉) 관직(官職)에서 물러나 고향에 내려와 모처럼 즐거운 한때를 보내던 선비 은행나무 아래에서 벗과 수담(手談, 바둑)을 나눈다. 1498년 무오년(戊午年), 어지러운 정국 점필재(佔畢齋, 金宗直) 문도(門徒)라는 이유로 사화(士禍)에 연루되어 유배(流配)된다. 부령(富寧)으로 귀양 가는 도중 단천(端川) 마곡역(磨谷驛)에 이르렀을 때 송(宋)나라 이사중(李師中)이 당개(唐介)를 송별하며 쓴 시(詩) 중 ‘고충자허중불여(孤忠自許衆不與)’1) 한 구절을 벽에다 쓴다. 강직한 충성으로 쓴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한 것인데 왕을 기롱(譏弄)한다는 걸로 여겨 다시 압송되어 국문(鞫問) 중에 생을 마감한다. 1507년 중종(中宗) 때 복관(復官)되..

속리산 세조길

속리산 세조길 이제민 법주사에서 세심정까지 조성된 탐방길 세조가 요양 차 사은순행(謝恩巡幸) 길 음이온, 피톤치드*가 풍부한 울창한 소나무 군락지 폐목을 재활용한 목제블록 푹신하고 평지에 가까운 오솔길 바위 아래 그늘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던 눈썹바위 피부병이 나았다는 목욕소(沐浴沼) 세조 이야기에 잠시 발걸음 멈추고 세속을 떠나 마음을 씻는다는 세심정(洗心亭) 향토 음식 맛보며 고향을 생각한다. 길옆으로 계곡물 흐르고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소리 맑은 저수지에 투영된 초록산자락 깊은 산속 벤치에 앉아 산새 소리 어우러진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 피톤치드[phytoncide]: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 따위에 저항하려고 분비하는 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