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시(詩)

구암팔경(九岩八景), 구암팔영(九岩八詠)

이제민 시인 2022. 9. 2. 16:15

구암1)팔경(九岩八景)

이제민

구암지석(龜岩支石) / 거북바위2)는 지석묘군
운무밀운(雲霧密雲) / 울미산3)의 뭉게구름
야중압원(野中鴨園) / 들판에 있는 동오리산4)
삼가조어(三街釣魚) / 삼가천에서 고기를 낚고
성하노괴(盛夏老槐) / 한여름의 늙은 느티나무
곡숙추야(穀熟秋野) / 곡식이 익는 가을들녘
주막유객(酒幕留客) / 주막에 머무르는 나그네
병벽세고(洴澼洗姑) / 빨래터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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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암(九岩) : 본래 보은군(報恩郡) 탄부면(炭釜面)의 지역으로서 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있으므로 
   거북바위, 귀바우, 또는 구암(龜岩)이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중관리(中官里)와
   하관리(下官里)를 병합하여 아홉 개의 바위가 있다고 하여 구암리(九岩里)라 하였다. *이하 출처는 <보은문화원>
2) 구-바우(龜岩 九岩 귀바위, 거북바위)[바위] 구바우 이상규씨댁 마당에 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조선시대에는 구암(龜岩)이라 불려왔으나,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큰 바위가 아홉 개가 있어
   구암(九岩)이라 함. 경지정리 사업으로 4개는 없어지고 현재 5개만 남아있으며, 구암리는 이 바위에 의하여
   부르게 된 이름임.
3) 울미-산(雲霧山:450m)[산] 수피[大陽, 댕이] 동남쪽에 있는 산. 구름 속에 싸여있는 것 같다고 함.
4) 동오리-산[산] 구암 서남쪽에 있는 산. 높이 153m. 산 모양이 오리가 서 있는 것 같다고 함. 들 한복판에 5개가 모여있음.


구암팔영(九岩八詠)

이제민

구암지석(龜岩支石)
선사시대 유물인 고인돌 군락지 / 先史遺物支石群
오랜 세월 비바람에 견뎠으나 대부분 없어졌네 / 歲久風雨堪多沒
아이들은 바위에서 숨바꼭질하며 뛰놀고 / 羣兒遊岩隱現遊
바람 소리에도 말없이 앉아 초연해지네 / 風聲不語坐超然

운무밀운(雲霧密雲)
남쪽으로 창망한 울미산 가까이 다가오고 / 南蒼茫雲霧來近
산머리 하얀 구름 뭉게뭉게 떠다니네 / 山頭白雲靄靄惹
비가 오면 짙은 안개로 뒤덮어 보이질 않고 / 雨來深煙霧不見
산 아래 대냇물1)은 콸콸 흘러가네 / 山下竹川流濺濺

야중압원(野中鴨園)
서남쪽 5개 모여있는 동오리산 새들 지저귀고 / 西南五鴨園鳥鳴
울창한 송림 바람은 나그네 가슴까지 시원하네 / 鬱松林風客心快
한겨울에도 푸르름 간직하니 여전히 생기가 있고 / 大冬留靑猶生氣
예부터 우뚝 서서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네 / 古突兀村安守護

삼가조어(三街釣魚)
천왕봉2)에서 발원한 맑고 깨끗한 삼가천 / 天王源淸淨三街
밀짚모자 쓰고 낚시하니 강태공이 따로 없네 / 草帽釣姜公又無
해가 뉘엿뉘엿 지니 뛰어오르는 물고기 반짝반짝 / 日夕陽煌煌上魚
고기 못 잡으면 어떠리? 하루 즐거우면 되네 / 不漁何如日自樂

성하노괴(盛夏老槐)
구름 한 점 없고 햇빛은 불덩이처럼 이글거리며 / 無點雲日烈如火
녹음 드리운 느티나무는 언제나 마을을 수호하네 / 蔭綠老槐常護村
들마루에 앉아 부채 부치며 무더위를 식히고 / 坐堂上扇卻炎暑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도 사람들로 북적거리네 / 日忽西落暉人多

곡숙추야(穀熟秋野)
넓은 들녘에는 기름진 땅 곡식이 잘 익어 / 闊野沃畓穀稔熟
추수 때 풍년이 들어 감사의 제를 올리네 / 秋收時得豐謝祭
농가의 소 울음소리 동네에 한가로이 울리고 / 農家牛聲里閑動
탄부(炭釜) 쌀로 밥을 지으니 맛이 좋네 / 炭釜米炊飯味奢

주막유객(酒幕留客)
잠시 쉬는 나그네 탁주 하며 시장기를 채우고 / 息肩旅濁醪晚食
취기가 올라오니 피리 소리에 저절로 시를 읊네 / 醉暈濃筦自詩詠
과거 보러 가는 선비도 서로 어울려 노니 / 赴擧士群相公遊
북적대던 주막 이제는 없어진 지 오래네 / 雜遝酒幕今亡久

병벽세고(洴澼洗姑)
화창한 날씨에 삼삼오오 아낙네들 모여 / 和三三五五婦集
빨래 방망이질하며 흉보고 수다를 떠네 / 浣如擣肆詆噂沓
중관말에 느티나무와 정자가 있는 정다운 빨래터 / 中官槐亭情洴澼
맑은 물이 경지정리로 이끼 가득한 물웅덩이가 되었네 / 淸水地整苔潢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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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냇물(竹川, 報靑川)[내] 구암리 남쪽에 있는 냇물로 보청천을 이곳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임.
2) 천왕-봉(天王峯:1057.7m)[산] 법주사에서 동쪽으로 5.7m 지점에 있는 속리산 최고 봉우리다. 
   삼파수(三派水)가 있는데 동쪽으로 흐르는 것은 낙동강의 근원이 되고 남쪽으로 흐르는 것은
   금강의 근원이 되고 서북쪽으로 흐르는 것은 한강의 근원이 된다.

 

 

귀바위 마을

이제민

보은(報恩)에서 삽십 리
탄부면(炭釜面) 동남쪽 넓은 들
군데군데 옹기종기 모여 산다

남쪽에 울미산[雲霧山] 아래
보은에서 흐르는 대냇물[竹川, 報靑川]과
속리산(俗離山)에서 흐르는 삼가천(三街川)이
구정부리에서 합수(合水)된다

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귀바위, 구암(龜岩)이라 하고
1914년에 중관리(中官里), 하관리(下官里)를 병합하여
아홉 개 바위[고인돌, 支石墓]가 있어
구암리(九岩里)라 했다고 한다
거북바위라 부르는 제1호 지석묘는
한 해가 바뀔 때, 햇곡식이 날 때, 가을걷이가 끝나면
정성스레 음식을 차려놓았다고 한다

바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숨바꼭질하면서 놀았던 어린 시절
냇가에서 낚시하고
도랑에서 미꾸라지, 메기, 붕어, 가재 등
족대로 잡았던 때가 있었다

모내기 철 마을 주민들 품앗이하고
흥겹게 민요 부르며 못줄 맞춰 심고
새참에 막걸리 한잔 걸치니 어깨춤 절로 나온다
둠벙[웅덩이]을 파서 물 대고
가을이면 누렇게 영글어가는 들녘에
우스꽝스러운 허수아비 세워 놓고
벼 베고 타작하니 흥에 겨워 콧노래 부른다

안말에 주막이 있었으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빨래터는 농지정리로 물길이 바뀌어 사용하지 않는다
동오리산은 오리가 서 있는 것 같고
들 한복판에 5개 모여있어 부(富)와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속리산에서 흐르는 맑은 물과 따사로운 햇볕
상쾌한 바람이 어우러져 미질(味質)이 좋은 탄부 쌀
트랙터, 이양기, 콤바인 등 농기계 보급으로 일손은 줄고
한우를 키우며 농가소득은 늘어간다.

*참고자료: 보은군지, 보은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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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21년 가을·겨울호 통권 39호


귀바위[龜岩] 마을* 가을 풍경

이제민

길섶에 핀 들꽃 갈바람에 살랑거리고
탁 트인 들녘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귀바위 마을

대양(大陽) 쪽으로 보이는 동오리산
소나무 숲으로 새들 휴식처 되고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 허수아비 춤추고
벼 이삭 알알이 영글어 가네

밀짚모자 쓴 농부
이마엔 송골송골 땀방울 맺히고
콤바인으로 수확한 알곡 보니
어깨춤 들썩 풍년가 절로 나오네

햇곡식으로 거북바위에 음식 차려놓고
제(祭)를 올렸던 옛 풍속(風俗)
현대식 건물로 단장하고
집집이 농기계 갖추고 대대로 농사를 짓네.

* 귀바위[龜岩] 마을 : 충북 보은군 탄부면 구암리의 으뜸이 되는 마을.
                           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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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22년 가을·겨울호 통권 4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