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시(詩)

귀바위 마을, 귀바위[龜岩] 마을 가을풍경

이제민 시인 2022. 9. 2. 16:14

 

귀바위 마을

이제민

보은(報恩)에서 삽십 리
탄부면(炭釜面) 동남쪽 넓은 들
군데군데 옹기종기 모여 산다

남쪽에 울미산[雲霧山] 아래
보은에서 흐르는 대냇물[竹川, 報靑川]과
속리산(俗離山)에서 흐르는 삼가천(三街川)이
구정부리에서 합수(合水)된다

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귀바위, 구암(龜岩)이라 하고
1914년에 중관리(中官里), 하관리(下官里)를 병합하여
아홉 개 바위[고인돌, 支石墓]가 있어
구암리(九岩里)라 했다고 한다
거북바위라 부르는 제1호 지석묘는
한 해가 바뀔 때, 햇곡식이 날 때, 가을걷이가 끝나면
정성스레 음식을 차려놓았다고 한다

바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숨바꼭질하면서 놀았던 어린 시절
냇가에서 낚시하고
도랑에서 미꾸라지, 메기, 붕어, 가재 등
족대로 잡았던 때가 있었다

모내기 철 마을 주민들 품앗이하고
흥겹게 민요 부르며 못줄 맞춰 심고
새참에 막걸리 한잔 걸치니 어깨춤 절로 나온다
둠벙[웅덩이]을 파서 물 대고
가을이면 누렇게 영글어가는 들녘에
우스꽝스러운 허수아비 세워 놓고
벼 베고 타작하니 흥에 겨워 콧노래 부른다

안말에 주막이 있었으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빨래터는 농지정리로 물길이 바뀌어 사용하지 않는다
동오리산은 오리가 서 있는 것 같고
들 한복판에 5개 모여있어 부(富)와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속리산에서 흐르는 맑은 물과 따사로운 햇볕
상쾌한 바람이 어우러져 미질(味質)이 좋은 탄부 쌀
트랙터, 이양기, 콤바인 등 농기계 보급으로 일손은 줄고
한우를 키우며 농가소득은 늘어간다.

*참고자료: 보은군지, 보은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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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21년 가을·겨울호 통권 39호



귀바위[龜岩] 마을* 가을 풍경

이제민

길섶에 핀 들꽃 갈바람에 살랑거리고
탁 트인 들녘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귀바위 마을

대양(大陽) 쪽으로 보이는 동오리산
소나무 숲으로 새들 휴식처 되고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 허수아비 춤추고
벼 이삭 알알이 영글어 가네

밀짚모자 쓴 농부
이마엔 송골송골 땀방울 맺히고
콤바인으로 수확한 알곡 보니
어깨춤 들썩 풍년가 절로 나오네

햇곡식으로 거북바위에 음식 차려놓고
제(祭)를 올렸던 옛 풍속(風俗)
현대식 건물로 단장하고
집집이 농기계 갖추고 대대로 농사를 짓네.

* 귀바위[龜岩] 마을 : 충북 보은군 탄부면 구암리의 으뜸이 되는 마을.
                                 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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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22년 가을·겨울호 통권 41호

 

 

구암1)팔경(九岩八景)

이제민

구암지석(龜岩支石) / 거북바위2)는 지석묘군
운무밀운(雲霧密雲) / 울미산3)의 뭉게구름
야중압원(野中鴨園) / 들판에 있는 동오리산4)
삼가조어(三街釣魚) / 삼가천에서 고기를 낚고
성하노괴(盛夏老槐) / 한여름의 늙은 느티나무
곡숙추야(穀熟秋野) / 곡식이 익는 가을들녘
주막유객(酒幕留客) / 주막에 머무르는 나그네
병벽세고(洴澼洗姑) / 빨래터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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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암(九岩) : 본래 보은군(報恩郡) 탄부면(炭釜面)의 지역으로서 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있으므로 
   거북바위, 귀바우, 또는 구암(龜岩)이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중관리(中官里)와
   하관리(下官里)를 병합하여 아홉 개의 바위가 있다고 하여 구암리(九岩里)라 하였다. *이하 출처는 <보은문화원>
2) 구-바우(龜岩 九岩 귀바위, 거북바위)[바위] 구바우 이상규씨댁 마당에 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조선시대에는 구암(龜岩)이라 불려왔으나,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큰 바위가 아홉 개가 있어
   구암(九岩)이라 함. 경지정리 사업으로 4개는 없어지고 현재 5개만 남아있으며, 구암리는 이 바위에 의하여
   부르게 된 이름임.
3) 울미-산(雲霧山:450m)[산] 수피[大陽, 댕이] 동남쪽에 있는 산. 구름 속에 싸여있는 것 같다고 함.
4) 동오리-산[산] 구암 서남쪽에 있는 산. 높이 153m. 산 모양이 오리가 서 있는 것 같다고 함. 들 한복판에 5개가 모여있음.


구암팔영(九岩八詠)

이제민

구암지석(龜岩支石)
선사시대 유물인 고인돌 군락지 / 先史遺物支石群
오랜 세월 비바람에 견뎠으나 대부분 없어졌네 / 歲久風雨堪多沒
아이들은 바위에서 숨바꼭질하며 뛰놀고 / 羣兒遊岩隱現遊
바람 소리에도 말없이 앉아 초연해지네 / 風聲不語坐超然

운무밀운(雲霧密雲)
남쪽으로 창망한 울미산 가까이 다가오고 / 南蒼茫雲霧來近
산머리 하얀 구름 뭉게뭉게 떠다니네 / 山頭白雲靄靄惹
비가 오면 짙은 안개로 뒤덮어 보이질 않고 / 雨來深煙霧不見
산 아래 대냇물1)은 콸콸 흘러가네 / 山下竹川流濺濺

야중압원(野中鴨園)
서남쪽 5개 모여있는 동오리산 새들 지저귀고 / 西南五鴨園鳥鳴
울창한 송림 바람은 나그네 가슴까지 시원하네 / 鬱松林風客心快
한겨울에도 푸르름 간직하니 여전히 생기가 있고 / 大冬留靑猶生氣
예부터 우뚝 서서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네 / 古突兀村安守護

삼가조어(三街釣魚)
천왕봉2)에서 발원한 맑고 깨끗한 삼가천 / 天王源淸淨三街
밀짚모자 쓰고 낚시하니 강태공이 따로 없네 / 草帽釣姜公又無
해가 뉘엿뉘엿 지니 뛰어오르는 물고기 반짝반짝 / 日夕陽煌煌上魚
고기 못 잡으면 어떠리? 하루 즐거우면 되네 / 不漁何如日自樂

성하노괴(盛夏老槐)
구름 한 점 없고 햇빛은 불덩이처럼 이글거리며 / 無點雲日烈如火
녹음 드리운 느티나무는 언제나 마을을 수호하네 / 蔭綠老槐常護村
들마루에 앉아 부채 부치며 무더위를 식히고 / 坐堂上扇卻炎暑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도 사람들로 북적거리네 / 日忽西落暉人多

곡숙추야(穀熟秋野)
넓은 들녘에는 기름진 땅 곡식이 잘 익어 / 闊野沃畓穀稔熟
추수 때 풍년이 들어 감사의 제를 올리네 / 秋收時得豐謝祭
농가의 소 울음소리 동네에 한가로이 울리고 / 農家牛聲里閑動
탄부(炭釜) 쌀로 밥을 지으니 맛이 좋네 / 炭釜米炊飯味奢

주막유객(酒幕留客)
잠시 쉬는 나그네 탁주 하며 시장기를 채우고 / 息肩旅濁醪晚食
취기가 올라오니 피리 소리에 저절로 시를 읊네 / 醉暈濃筦自詩詠
과거 보러 가는 선비도 서로 어울려 노니 / 赴擧士群相公遊
북적대던 주막 이제는 없어진 지 오래네 / 雜遝酒幕今亡久

병벽세고(洴澼洗姑)
화창한 날씨에 삼삼오오 아낙네들 모여 / 和三三五五婦集
빨래 방망이질하며 흉보고 수다를 떠네 / 浣如擣肆詆噂沓
중관말에 느티나무와 정자가 있는 정다운 빨래터 / 中官槐亭情洴澼
맑은 물이 경지정리로 이끼 가득한 물웅덩이가 되었네 / 淸水地整苔潢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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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냇물(竹川, 報靑川)[내] 구암리 남쪽에 있는 냇물로 보청천을 이곳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임.
2) 천왕-봉(天王峯:1057.7m)[산] 법주사에서 동쪽으로 5.7m 지점에 있는 속리산 최고 봉우리다. 
   삼파수(三派水)가 있는데 동쪽으로 흐르는 것은 낙동강의 근원이 되고 남쪽으로 흐르는 것은
   금강의 근원이 되고 서북쪽으로 흐르는 것은 한강의 근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