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발표詩】/발표詩

고목(古木) 외 2편 (한국문학세상 2023년 봄 여름호)

이제민 시인 2023. 4. 28. 23:35

 

고목(古木)

이제민

한때는 새소리 들리고
바람 소리 청명한
언덕 위 나무 한 그루

길 너머 발길이 뜸한 한적한 곳
아름드리 느티나무
세월의 고단함을 이고 있다

오랜 세월 계절이 순환하듯
가지마다 새잎은 지고 피는데
언제부턴가 꽃을 피울 수 없었다

그때부터인지 새들도 찾지 않으니
스치는 바람 소리조차 휭휭 지나간다

다시 꽃 피울 수 있을지
기대감 저버린 지 오래
밑동마저 흔들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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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23년 봄·여름호 통권 42호


새벽 바다

이제민

갯내 품은 해변에
근심 걱정 내려놓고
잔잔한 바다에 몸을 싣는다

포구에는 뱃고동 소리 내며
새벽 항해를 시작하고
고요했던 짙푸른 바다는 넘실거린다

수평선 너머 희망찬 해가 떠오르고
붉은빛으로 물든 물결 보니
신비롭고 황홀하다

햇살 가득한 은빛 바다
싱그런 물결 위로 갈매기 끼룩끼룩
꿈을 향해 날갯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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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23년 봄·여름호 통권 42호
·계간 『한국문학세상』 '제19회 대한민국 디지털 문학상' 시문학상 당선작 (2024년 5월 31일)


가로등

이제민

어두워지면 켜지는 등불
언제나 제자리에 서서
희망을 주는 한 줄기 빛

두 어깨에 무거운 짐 짊어지고
터덜터덜 걷는 길에
불빛이 출렁거린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소리 없이 등대처럼 길잡이 한다

슬픈 사연 가득 안고
늦게 돌아와도
홀로 서서 반갑게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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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23년 봄·여름호 통권 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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