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발표詩】/발표詩

낡은 우체통 외 2편 (문예지평 2008년 가을호 통권7호)

이제민 시인 2008. 9. 2. 22:21

 

·문예지평 2008년 가을호 (통권7호) 낡은 우체통 외 2편


낡은 우체통

이제민

사연 가득
정이 듬뿍 담긴
길가 빨간 우체통

그리움 보고 싶어
밤중에 써내려간 소중한 편지
두근거리는 마음 안고
빨간 우체통에 넣는다.

답장은 언제 받아보나
그대 얼굴 떠올리며
매일 기다려지곤 했는데
이젠 전화, 이메일 등
간편한 통신수단으로 인해
추억이 되어버린 우체통

먼지만 가득한 채로
길모퉁이에 서서
옛 생각에 잠긴
낡고 쓸쓸한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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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평 2008년 가을호


간이역

이제민

찾아오는 이 없는
어느 시골의
간이역

주변엔
무성한 들풀만이
바람결에 흔들리며
고독을 씹고 있다.

한때는
인적으로 북적거리던 간이역
저마다 사연을 묻고
도시로 도시로
떠나버린 사람들

기차는
그리움을 내려놓은 채
서서히
서글픈 기적소리를 내며
휘어진 철로 끝으로 사라져간다.

철로 위엔
떨어진 이파리가
그리움을 안은 채
쓸쓸히 나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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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평 2008년 가을호


빗방울

이제민

빗물이 살며시
구름 타고 내려와
나뭇잎에도, 창문에도
길모퉁이 처마 끝에도
대롱대롱

송알송알
리듬에 맞춰
바람 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또르르 또르르

목마른 대지도
갈증을 느낀 풀잎도
방울방울 빗방울 타고
동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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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평 2008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