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오솔길을 걸으며
이제민
이슬방울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가로등도 잠이 들 무렵
오솔길을 걷는다.
검푸르던 하늘
차츰 밝아 오름에
나무, 꽃, 벌레
기지개를 켠다.
촉촉이 젖은 잎사귀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맑고 신선한 공기 마시며
두 팔 벌려 심호흡을 해본다.
되돌아오는 중에
약수터에 들러
물 한 잔 마시니
가슴이 확 트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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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09년 여름호
바둑이야기 -선의 노래
이제민
1선은 죽음선 나가면 나갈수록 죽고요
비마끝내기 살금살금 상대 진영 짓밟고
위험할 땐 서로 손잡고 연결하고요
2선은 패망선 기면 길수록 망하고요
한 칸 끝내기 야금야금 상대 진영 교란하고
불안할 땐 얼른 가볍게 살아 놓아요
3선은 실리선 늘면 늘수록 안정하고요
중심을 잡아 살랑살랑 포근함을 갖고
수비할 땐 좋은 행마로 살아 놓아요
4선은 세력선 두면 둘수록 커지고요
우주로 나가 팔랑팔랑 희망을 품고
공격할 땐 크게 중앙에서 모자씌워요
오선지에 그린 악보처럼 높고 낮은 선
서로 사이좋다가 싸우기도 하는
그리움과 외로움이 있는
포근하고 희망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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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0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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