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이제민
예쁘지 않고
품위도 없다지만
마음만큼은 넓고 둥글어요.
목마른 갈증
자판기에서 뽑은 차 한 잔
두 손으로 감싸면
온몸에 따스함이 스며들어
마음마저 여유로워요.
아무 데서나
서서 마실 수 있고
편한 사이
같이 마실 수 있는 차
짧은 만남이지만
빈 종이컵은
꼬기꼬기 구기지 말고
재활용 해주세요.
그래야
다시 태어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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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10년 가을호
바람의 말
이제민
처음에는
맑고 순수했던 당신
산천을 여행하면서
세상을 알아간다.
꽃을 만나 향기를 품고
비를 만나 눈물을 흘리며
살아가는 당신
탐스러운 열매에 얼굴 붉히다가
그 아래 떨어진 나뭇잎 보며
그리움을 앓아가기도 한다.
해가 뜨면 따스함을 맛보고
달이 뜨면 외로움도 느끼며
살아가는 당신
머리 풀어헤치며 흔들리는 갈대처럼
파도 가로지르며 질주하는 갈매기처럼
그렇게 성장해가며 인생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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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1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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