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발표詩】/발표詩

여름 가뭄 외 2편 (한국문학세상 2017년 가을 겨울호)

이제민 시인 2017. 10. 30. 00:31

 

 

여름 가뭄

이제민


강렬한 태양
거리에는 발걸음이 뜸하고
간혹 헐떡이는 숨을 생수로 축인다.

파릇파릇하던 꽃잎
시들시들 타들어 가고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논밭
농민들은 물 대기에 사투를 벌인다.

저수지가 메말라
살아남은 물고기도
배를 드러낸 채
벌렁벌렁 가쁜 숨을 몰아쉰다.

애타는 심정
하늘만 쳐다볼 수 없어
가뭄 심한 지역에선 기우제도 지낸다.

한줄기 비라도
밤하늘 별빛처럼 쏟아지길
간절히 바라지만
불볕더위가 여전히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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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17년 가을·겨울호


단비

이제민


뜨거운 대지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다.

꽃잎도 가로수도 시들시들
모두 다 갈증에 허덕이고
점점 지쳐만 간다.

어디선가
비구름이 몰려오더니
갈증을 해소해 주는 단비
소록소록 내린다.

메마른 꽃잎 싱글벙글
고개 숙인 나무들
두 팔 벌려 어깨춤 춘다.

쩍쩍 갈라진 논바닥 보며
심장이 타들어 가던 농부
모처럼 입가에 웃음꽃이 핀다.

저수지에도 물이 고이고
곤충들 폴짝폴짝
한여름 밤 오케스트라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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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17년 가을·겨울호


택배 상자

이제민


예쁘게 포장해서
보내는 선물
어느 지역이든 간다.

화물차량은 오늘도
빠른 배송 위해
한밤중 도로 위를 달린다.

여러 단계 거쳐
목적지 도달한 상자
이리저리 치여도
안전포장에 받는 사람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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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17년 가을·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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