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발표詩】/발표詩

천장 외1편 (한국문학세상 2007년 여름호)

이제민 시인 2007. 6. 17.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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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이제민

어둠이 무르익자
나의 하루가
상영 중인 영화로
천장에서 무심코 걸어 나온다.
영화배우처럼 오늘도
주인공이 되어 연기에 열중이다.
연기는 초보지만
어떤 역을 줘도 나는
항상 주인공이었다.
자원봉사인 조연들, 너절한
소품들 벗 삼아 매일 한 컷씩 셔터를
눌러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 삶의
빈 허무뿐이었다.
홍보가 안 되어서, 아님 연기가 부족했는지
매번 관객동원에는 실패했지만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온몸을 짓누르는 고통만이 있을 뿐이다.

어느 정도 영화는 절정에 달하고
배우, 관객 모두 분위기에 심취하자
천장은 예견된 듯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마치, 다음 컷을 준비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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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한국문학세상』2007년 여름호


반딧불이

이제민

어둠이 몰려오면
꽁무니에서 빛나는
반딧불

반짝반짝
별처럼
누구를 위해서
반짝거리는 걸까?

전기가 없던 시절
호롱불이 꺼지면
반딧불 하나로
방안을 밝혀주는 고마운 님

어둠은 새벽을 향해 줄달음치고
피로가 온몸에 몰려오면
빛은 스스로 사라지고
제 생명을 다하는
순결한 사랑

짧은 일생
볼품없는 빛이지만
세상을 향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반딧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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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한국문학세상』200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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