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이제민
어둠이 무르익자
나의 하루가
상영 중인 영화로
천장에서 무심코 걸어 나온다.
영화배우처럼 오늘도
주인공이 되어 연기에 열중이다.
연기는 초보지만
어떤 역을 줘도 나는
항상 주인공이었다.
자원봉사인 조연들, 너절한
소품들 벗 삼아 매일 한 컷씩 셔터를
눌러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 삶의
빈 허무뿐이었다.
홍보가 안 되어서, 아님 연기가 부족했는지
매번 관객동원에는 실패했지만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온몸을 짓누르는 고통만이 있을 뿐이다.
어느 정도 영화는 절정에 달하고
배우, 관객 모두 분위기에 심취하자
천장은 예견된 듯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마치, 다음 컷을 준비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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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0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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