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발표詩】/발표詩

새해의 기도 외 3편 (월간 누리문학 2008년 1월/2월호)

이제민 시인 2008. 4. 26. 17:28

 

·월간 누리문학 2008년 1월/2월호 새해의 기도 외3편


새해의 기도

이제민

지난해의 묵은 찌꺼기
다 떨쳐버리고
새해에는
건강하고 희망이 가득하게 하소서.

잘난 사람도 잘살고
못난 사람도 잘사는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게 하소서.

자신에겐 정직
친구와는 우정
가정에는 화목
사회에는 신뢰
나라에는 평화가 깃들게 하소서.

서로 도와가며
함께 사는 여유
우리가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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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누리문학 2008년 1월/2월호


낡은 우체통

이제민

사연 가득
정이 듬뿍 담긴
길가 빨간 우체통

그리움 보고 싶어
밤중에 써내려간 소중한 편지
두근거리는 마음 안고
빨간 우체통에 넣는다.

답장은 언제 받아보나
그대 얼굴 떠올리며
매일 기다려지곤 했는데
이젠 전화, 이메일 등
간편한 통신수단으로 인해
추억이 되어버린 우체통

먼지만 가득한 채로
길모퉁이에 서서
옛 생각에 잠긴
낡고 쓸쓸한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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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누리문학 2008년 1월/2월호


눈 오는 밤에 쓰는 편지

이제민

창문 밖
눈송이가 펑펑 내리던 밤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휴대전화, 이메일로 보내도 되지만
오랜만에 하얀 종이에 펜으로 쓰고 싶어서입니다.
거기다가 서투른 솜씨이지만 그림도 그리고
친필로 사인까지 해주면
당신이 감동하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잠시 쓰다가 생각이 안 나면
창가 가로등에 비친 눈꽃송이를 바라보며
당신을 생각해 봅니다.

당신이 계신 그곳도 눈이 내리고 있겠죠?
함박눈이 내려 당신도 잠 못 이루고 있겠죠?

다음날 아침이 되면
우체국으로 달려가
우표와 함께 마음을 담아
당신에게 부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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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누리문학 2008년 1월/2월호


불타버린 국보 1호, 숭례문

이제민

600년 역사가 깃든
숭례문이
무자년 새해 들어 소실되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도 거뜬히 견뎌
국민의 자존심을 지킨 숭례문이었는데
어이없게도 방화로 인해
5시간 만에 완전히 불타버렸다.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목조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문화재, 국보 1호
그것을 지켜보는 시민의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옛모습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기에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
금할 길이 없다.

무자년 설 명절 끝자락
고향을 즐겁게 다녀온 국민
휴식을 취하는 와중에
날벼락 같은 소식
국보 1호가 불타버렸다.
국민의 자존심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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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누리문학 2008년 1월/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