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발표詩】/발표詩

소래포구에서

이제민 시인 2009. 12. 24. 09:33

소래포구에서

이제민

수인선 협궤열차가 다니던 포구 위 철교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간혹 이어지고
철교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
개발이 봇물처럼 일어나
바다 물길이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시장엔
농어, 전어, 꽃게로 상인들 활기로 넘쳐나고
인파에 떠밀리다시피 한 어느 늦여름 토요일 오후
싱싱한 회를 먹으로 온 사람들
즉석에서 이것저것 흥정하고
그 자리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초고추장에 회를 찍어 소주 한 잔 곁들인다.

바닷물은 점점 들어오고
소금기에 찌든 비린내는 술기운에 녹아들고
개펄에서 먹이를 찾아 먹던 괭이갈매기
힘찬 날갯짓하고
정박했던 고깃배도 출항을 준비한다.

어둠이 짙게 깔리면
북적거리던 인파도 떠나고
멀리 보이는 불빛은 고요하기만 한데
횟집에서는 여전히 늦여름의 이야기꽃을 피운다.
소래포구의 밤은 그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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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09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