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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소나기 내리는 날의 컴퓨터 포맷

이제민 시인 2010. 8. 16. 19:16

한여름 소나기 내리는 날의 컴퓨터 포맷

   글. 이제민

 

  한동안 뜨거운 날씨. 바람까지 잠잠해 숨이 헉헉 막힌다. 쓰르람쓰르람 맴맴, 나무에 붙은 매미만이 신이 났는지 연방 노래를 부른다. 이런 날씨엔 산으로 바다로 피서를 떠나 한여름밤의 낭만을 즐기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8월 중순. 여전히 날씨는 무덥다. 밤에는 열대야 현상, 식을 줄 모르는 땅의 열기도 오늘은 한풀 꺾였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력한 소나기가 내렸기 때문이었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무더울 때는 소나기라도 내렸으면 하고 바라다가도 막상 소나기가 내리니 이젠 나들이하기 힘들다고 그만 내렸으면 한다. 그래도 잠시 무더위를 식힐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동안 컴퓨터를 수리한다고 차일피일 미뤘는데 비도 오고 하니 지금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바이러스가 걸렸는지 속도가 매우 느리고 유튜브, 뮤직비디오 등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백신, 최적화를 실행했지만 속도는 그대로이고 인터넷 접속을 안 한 상태에서는 음악파일, CD 등 소리가 이상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사운드 드라이버 설정도 이상은 없어 보였다.

  이것저것 확인해 봤으나 이상을 찾지 못해 내친김에 포맷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예전에도 컴퓨터 포맷을 몇 번 해본 터라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자료가 문제였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각 파일을 묶어 압축하고 나니 시간이 꽤 걸렸다. 이제 그 압축한 파일을 옮겨놓아야 하는데 내 컴퓨터에는 하드 드라이브가 하나라 옮겨놓을 곳이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 메일함에 임시로 복사해놓기로 했다. 전송속도가 그리 빠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바깥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방안은 후텁지근하고 온몸은 끈적끈적했다. 창문을 열면 비가 금세라도 들어올 것만 같아 창문을 닫아놓은 상태이다. 애꿎은 선풍기 바람만 계속 쐤더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선풍기를 끄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음악방송을 틀어놓고 커피포트에 물을 붓고 나서 커피잔에 커피를 탔다. 물을 조금 부은 후 스푼으로 휘휘 젖고 난 다음 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내 동동 띄웠다. 일명 냉커피를 만든 것이다. 냉커피를 마시니 머리가 한결 가라앉았다.

 

  모든 준비를 다 마친 후, 본격적으로 하드 드라이브를 포맷했다. 요즘 컴퓨터는 예전과는 달리 자동으로 복원 시스템을 갖춰져 있어 별 무리 없이 설치되었다. 몇십 분 후, 재부팅을 하고 나서 윈도우즈 XP가 뜨는 것을 보니 잘된 것 같다. 인터넷도 들려보고 유튜브 영상도 틀어보니 속도도 전보다 빠르고 잘 나왔다.

  이제 남은 것은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메일함에서 자료를 전송받는 것이다. 한글, 그림 등 프로그램 설치가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저녁때가 되자 유난히 내리던 비도 그쳤다. 창문을 활짝 열고 밖을 내다봤다. 타는 듯한 아스팔트의 열기도 멱을 감듯 풀이 죽어 있었다. 건물에 내비친 불빛이 새롭게 다가왔다. 숨을 크게 몰아쉬고 바깥 공기를 마셨다. 신선한 공기가 몸 안에 들어오니 기분이 상쾌하고 좋았다.

 

  2010.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