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수필, 글

「스쳐 지나가는 슬픈, 인연처럼」이창기 시인 시집을 읽고

이제민 시인 2007. 7. 21. 18:34

「스쳐 지나가는 슬픈, 인연처럼」이창기 시인 시집을 읽고

                                                                                                      이제민

그리움에는 여려가지가 있다. 인생, 연인,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일반적인 그리움일 게다. 이창기 시인은 그 그리움 중에서 자연과 인생을 주로 노래했다. 동화적인 독특한 리듬을 살려 그리움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으며, 음성 바코드를 넣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그럼, 이창기 시인의 그리움에 한번 빠져보자.

훨훨 타오르던 불꽃
가슴에 남아
부르는 이름 있네.

어둠 속에서도 변치 못해
꺼지지 않는
영혼이 되어 다가가네.
「그리움, 그 기다림 속에서」전문

그리움은 불꽃처럼 훨훨 타오르고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영혼이다. 그 그리움의 한은 천 년이나 가슴에 품는다.

그런 길가에 지쳐 쓰러진
겨울의 바람이
살며시 눈물져 바라보네,

흐르는 눈물이 모래의
넋이 되어
서글픔을 가슴에 품네,

그렇게 그렇게 흐느껴
스치는 넋두리의
쓰라린 가슴이 되어남네,

잡아보려 손을 뻗었던
그 세월도 이젠
덧없는 기약의 메아리로
스쳐지나는 바람이 되네,

또 다시 지쳐 울다 울다
먼 옛날 가슴에 맺힌
기억으로만 남아
천년의 한을 가슴에 품네,
「그리움, 그 천년의 한」 전문

또한, 반복적이고 쉬운 어휘를 많이 써 리듬감을 살렸으며 슬프고 어둡게 느껴지는 그리움을 가벼운 화법으로 호기심을 유발시켰다.

보일까 말까
희미하게 가로막는 안개의
늪에 빠지네.

어딜까, 어디일까
모두가 회색의 옷을 입고
허우적이네.

그럴까 말까
비틀대던 불빛들이 땅에
기대네.

멈칫 멈칫
머얼리 뻗어보는 손끝에
그리움 서리네.

울까 말까
가슴에 맺힌 눈망울에
이슬이 맺히네.

쉴까 말까
먼기억에 회색빛 물들어
한숨의 멍울이 지네.

「그리움」 전문

노래하듯이 써 내려간 「비가 내리네」, 「인생길 1」, 「인생길 2」, 「어서 오라고」등 4편의 시는 시낭송으로도 안성맞춤일 것이다.

비가, 비가, 내리네,

뿌연 안개를 내뿜으며
언덕길을 적시고
아스팔트 구석 구석
팅기며 시위도 하네,
툭툭 다가오는 빗줄기
사이에
허름한 외투자락 주르륵
눈물을 흘리네,

희뿌연한 빗줄기의
안개에 묻힌
연인이 마주하네,

서로 잡은 우산사이
빗줄기에 묻힌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네,

빗줄기에 젖었는지
가슴에 내리는 눈물에
젖었는지
집어던진 우산에
눈물지며 뛰어가네,

비가, 비가, 내리네,
「비가 내리네」 전문

물어 물어 가는 길,
너 나의 인생길,

물어 물어 가는 길,
끝이 없는 길,

바람 불면 이리 가라
비가 오면 저리 가라
아무리 가르쳐도 답이 없이
가는 길,

희! 로! 애! 락! 태어나서 기쁘고
말 안들어 속상하고
떨어져서 슬프고
다시 만나 즐거운
엄마의 마음처럼,

부대끼고 가다보면 어느새,
눈깜짝 새,

묻는다고 길 있고,
비켜간다 길 있는게 아닐지니,
그저 말없이
가는 게 인생이라,

그래도 물어 물어 가려는 길
너 나의 인생길,
「인생길 1」 전문

인생이 가고 있네.
사랑도 가고 있네.

봄은 오고 꽃도 피고, 가슴엔 멍든
그리움이 있네,

다 무엇하리, 무엇하리,

세월가고 생은 가고, 묻혀진 기다림만
창가에 맴도는데,
우리네 시들어 가는 인생
별이라도 되어 산천을 바라볼까,

어히야,
허망한 꿈, 봄날에 묻어놓고
떨어지는 꽃잎이 되어
바람에나 날리며, 가고 있는 세월에
생에 길 물어나 볼까,

그리움이 멍든 세월 기다림이
떠는 가슴,
이 어이 생이런가,
가고픈 길이 멀고 멀어 이렇게 떠도는데

어히라,
세월아, 너 묻어 두고 나 가노니
무심타 말고
꺼꾸러진 인생길에 묵념이나
하려무나,
「인생길 2」 전문

바람이 말하네,
어서오라고,

구름이 말하네,
어서오라고,

바람 되어 떠나네,
구름 되어 떠나네,

오두막 굴뚝에
걸쳐진 바람,
막대기를 잃어버린
녹슨 굴렁쇠,

꼬불친 인생에
도둑맞은 바랑,

어디가 갈곳인고 ?
세월더러 물어보니,

바람이 말하네,
어서오라고,

어디가 갈곳인고 ?
세월더러 물어보니,

구름이 말하네,
어서오라고,

바람 되어 떠나네,
구름 되어 떠나네,
「어서 오라고」 전문

이창기 시인은 아름다운 시어보다는 서민적이고 동화적인 시어를 많이 사용했다.
'꾸불텅 꾸불텅, 미끄덩 미끄덩, 으랴 ~ 쪄쪄 ~, 꾸벅 꾸벅 ~ 터덜 터덜 ~'
또한, 현실에 대한 넋두리를 쏟아놓는다.

가진 게 뭔가 ?
사는 게 뭔가 ?

흩어지는 바람결에 기대
머리를 맞대고
달려가는 것이 인생인가,

가슴엔 그리움이 울고
기다림은
가슴에서 떨지만
부서지는 파도를 헤치며
살아가는 것이 삶인가,

돌아온 추위에 떨다
얼어비린 창가의 매화향기
주어들어
애닮음 달래가며
칭문을 닫는 것이 생이런가,

닫혀진 창가에 미친듯
그리는 그리움이
스러지며 눈물질 때
그래도
일어서 기다림을
갖는 것이 인연이런가,

인연의 서글픔에 눈물져도
차가운 바람에도
잊지 못해 소식을 묻는
향기를 품고
천년의 꿈을 전하는
그리움의 삶이 여기런가,

가진 게 뭔가 ?
사는 게 뭔가 ?
「가진 게 뭔가 ? 사는 게 뭔가 ?」 전문

인생은 그루터기라고 한다. 한없이 푸르던 나무도 세월의 흐름에 다 떨구고 남을 그루터기 말이다.

가만히 바라본다,

세상이 저만치 왔다가고,
한떨기 꽃이 피어났다
지며, 꽃송이의 그루터기를
만든다,

한없이 푸르던 나무하나가
둥이가  되어
삭젱이를 떨구고,
세월의 가엾음을 어깨에 지고
엎어져,
그루터기가 된다,

지나던 바람이 던진다,

"  인생이란 무엇일까 ? "

걸터앉아 바라보던
한 여인이 대답을 한다,

" 그루터기 예요, "

눈가에 고인 허망한 빛이
그루터기를 어루만진다.

그리고 가슴에 글씨를 새긴다,
그, 루, 터, 기,...

바람이 고개를 떨구고,
조용히 길을 떠난다,
「그루터기」 전문

이창기 시인은 바람과 여인의 대화를 통해 가슴속에 있는 인생에 대한 진솔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어른에게 들려주는 동화」나무이야기가 있다.
글쟁이의 멘트를 삽입함으로써 흥미를 더했으며 배짱이와 매미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었다. 마치, 어린이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나무이야기를 통하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삶의 애착을 느끼게 한다.


*이창기 시인의 첫 시집
 「스쳐 지나가는 슬픈, 인연처럼」 발간을 축하하며
*낙엽이슬 이창기 시인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iss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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