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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사 1박2일(2011.6.4~5) 후기

이제민 시인 2011. 6. 7. 20:07

 

서광사 1박2일(2011.6.4~5) 후기

이제민

  6월 4일 토요일. 3일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서광사(瑞光寺)에서 바둑명상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1박2일로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3명의 일행은 각자 간단한 옷, 세면도구를 챙기고 서산을 향해 출발했다.

  약간 더운 날씨. 멀리 보이는 산에는 울창한 나뭇잎이 더욱 초록색으로 짙어가는 6월, 산사(山寺)에서 바둑을 둔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이 설레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충남 서산에 있는 서광사까지는 대전에서 2시간 좀 더 걸렸다.
  유성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해 세종시를 거쳐 공주·예산을 지나 서산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서광사로 향했다. 연휴임에도 고속도로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서광사에 도착하니 때마침 대웅전(大雄殿) 마당에는 산사음악회 행사를 준비하느라 한창이었다. 음악회까지 볼 수 있다는 마음에 일거양득(一擧兩得)이 따로 없구나! 했다.

  산사음악회는 해마다 해온 행사로 서산 시민을 위한 봄맞이 행사라고 한다. 올해로 4회째 행사라고 현수막에 나와 있었다. 유명가수, 무용단 등 초청을 하고 시내에서 가깝기도 하고 산사에서 음악회라는 행사가 고요함 속에 색다른 광경을 보여주어서인지 해마다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다고 한다.

  저녁때가 되어 일행은 우선 식사를 하기로 했다. 메뉴는 산채비빔밥으로 산사에서 먹어서 그런지 무척 맛있게 먹었다.

  방을 배정받고 나서 대법당(大法堂)에서 불공을 드린 후에 사찰을 둘러봤다.

  서광사는 신라시대까지 사력(寺歷)이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 사찰로 겨울엔 눈 속의 사찰풍경이 특히 아름답다고 한다. 대웅전 뒤쪽으로 좀 걸어가 보니 관음전(觀音殿)이 있었다. 관음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목조와즙(木造瓦葺)으로 된 작은 법당으로 안에는 관세음보살님, 독성님, 산신님 등이 봉안(奉安)되어 있는 곳이다.

  솔가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를 흠뻑 들이마시며 걷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도시에서 복잡한 마음이 한결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찰을 둘러보고 나니 7시가 다 되어 갔다. 산사음학회 공연을 보기 위해 미리 자리를 잡았다.

  7시 30분. 공연이 시작하자 주최측이 마련한 좌석이 꽉 차고 주변에도 시민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 3천여 명 참여했다고 집에 돌아와서 뉴스를 찾아보니 그렇게 나와 있었다. 서광사가 시내에서 가깝게 있어 가족끼리 걸어서 온 분들이 많아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어둠이 짙게 내리자 산사에서의 고요한 정치는 노랫소리와 악기의 선율에 점점 무르익어갔다. 하루 일을 마감하는 시민의 고단함이 편안함으로 바뀌었다. 노래에 맞춰 율동도 같이 하며 한마음이 되어 공연을 감상했다.

  서광사 주지 스님이신 도신스님의 '엄마' 노래는 돌아가신 엄마를 애틋하게 찾는 모정 애를 구슬픈 가락으로 표현한 노래로 모든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눈시울을 촉촉이 적시게 했다. 노래하는 스님으로 알려진 도신스님은 1991년 첫 앨범 <도신의 국악가요>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5장의 앨범을 내셨다고 한다. 방송에도 많이 출연하시고 노래도 직접 작사 작곡도 하시고 기타 연주도 남다르신 큰 스님이시다. 그리고 바둑도 아마 5단으로 기력(棋力)도 상당하시다. 다재다능한 분으로 기인이 따로 없는 분이시다.

  인피니트 신세대 그룹이 와서 그런지 여학생들이 많이 왔다. 특히, 사회자가 마지막 출연자 인피니트 소개를 할 때는 환호성이 극에 달았다. 잠시 녹화가 중지되는 사태도 벌어지기도 했다. 자리에 앉아 있던 어른들은 물밑 듯이 빠져나가고 여학생들은 휴대전화로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바둑 두는 분들이 참석하지 않아 바둑명상템플스테이는 무산되었지만, 대웅전 1층에 총 72명이 동시대국이 가능하고 디지털 계시기 및 바둑 서적도 여타 바둑교실 못지않게 많았다. 월간바둑은 70년대 책들도 있어 바둑의 역사가 이곳에 살아 숨 쉬는 듯했다.

  올 4월에는 제1회 각수삼매배 바둑대회가 열려 전국에서 200여 명의 바둑팬들이 참가해 열띤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도신스님의 바둑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층에는 수련방으로 4~5인실 8실로써 방마다 고급 바둑판이 놓여 있고 샤워실, 세면실을 갖추고 있어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바둑명상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보니 각수삼매(覺手三昧)-'정신통일의 끝 무아의 절정에서 깨달음의 한 수를 얻는다.'로 대회, 마음 명상, 단전호흡, 공양, 참선, 법문 등 알차게 꾸며져 있다. 바둑을 좋아하는 분은 바둑을 많이 둬서 심신이 약한데 이런 곳에 와서 정신수양도 하고 주변 부춘산(富春山)에 30분 정도로 산행할 수 있는 짧은 거리도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심신훈련을 할 수도 있다.

  또, 서해안 쪽으로 가면 간월도 탐방, 갯벌체험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좋은 추억을 남길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바둑인들이 많이 이용하여 서로 수담(手談)도 나누고 정신수양을 하여 깨달음도 얻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광사 :: http://seogwangsa.or.kr

 

[영상] 엄마 / 도신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