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발표詩】/발표詩

봄이 오는 길 외 2편 (한국문학세상 2016년 봄·여름·가을호)

이제민 시인 2016. 9. 12. 20:07

 

봄이 오는 길

이제민

아직은 바람이 찬
산 들녘
봄의 기운이 움트기 시작한다.

두 어깨에 짊어진 겨울 잔상
봄볕에 사르르 발걸음도 가볍다.
대지마다 새순이 돋고 꽃이 피고
유혹의 손길에 마음마저 설렌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
아지랑이 너울너울 하늘거리고
따스한 햇볕에
움츠러든 마음 활짝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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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16년 봄·여름·가을호


밤에 마시는 커피 한 잔

이제민

하루 일을 마감하고
그리움이 밀려오면
커피 한 잔 생각이 간절하다.

조용한 피아노 멜로디
흘러간 시간 끄집어내듯
감미로운 선율
음표 물결의 파장이 잔잔하다.

유리창 너머
밤하늘 별들이 반짝이고
둥글게 떠있는 보름달
커피잔에 아롱거린다.

무거운 마음
진한 향에 훌훌 털어버리고
간절한 소원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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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16년 봄·여름·가을호


이세돌 9단 vs 인공지능 알파고

이제민

3천 년 바둑 역사
학습으로 내려온 반상의 진리
우주에 있는 원자 수보다 많다는 경우의 수
패싸움 등 복잡하고 변화가 많아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기보 16만 건
3천만 개 바둑모형 탑재한 1,202대의 CPU
스스로 패턴을 찾고 학습해 판단하는
알고리즘 갖췄다는 알파고
프로기사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냈다.

5판 중 3판을 내리 진 이 9단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은 아니다”라는
담담한 명언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4국에서는 약점을 파악한 듯
초반에는 간명하게 처리하고 중반 승부로 간다.
중앙전투에서 끼워 넣은 묘수, 백78수
많은 이에게 ‘신의 한 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예상치 못한 수였는지 당황하며 오류 연발
결국에는 'resign' 패배 선언했다.

5국까지 약간의 오류가 있으나
거의 완벽을 보여 준 알파고
놀라움, 두려움이 교차하는 와중에
무인자동차, 지능 로봇 같은
새로운 미래가 머지않았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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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16년 봄·여름·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