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이제민
여름이 오면
긴 잠에서 깨어나
새 생명을 얻어요
바람도 없는 맑은 하늘
소낙비라도 내렸으면 하는
후텁지근한 날씨
때아닌 바람을 일으키느라
연방 고개를 돌려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도
이마엔 땀이 송알송알
온몸을 짓누르는 가방은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고
선풍기 앞에 앉는다
가장 센 강풍으로
고정해놓고도
더위를 못 참아
겉옷을 벗는 아이 곁으로
여름은 무르익어 간다
이 여름이 지나면
새 생명은
다시 긴 잠에 빠져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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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누리 시문학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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