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발표詩】/발표詩 250

귀바위 마을

귀바위 마을이제민보은(報恩)에서 삼십 리탄부면(炭釜面) 동남쪽 넓은 들군데군데 옹기종기 모여 산다남쪽에 울미산[雲霧山] 아래보은에서 흐르는 대냇물[竹川, 報靑川]과속리산(俗離山)에서 흐르는 삼가천(三街川)이구정부리에서 합수(合水)된다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귀바위, 구암(龜岩)이라 하고1914년에 중관리(中官里), 하관리(下官里)를 병합하여아홉 개 바위[고인돌, 支石墓]가 있어구암리(九岩里)라 했다고 한다거북바위라 부르는 제1호 지석묘는한 해가 바뀔 때, 햇곡식이 날 때, 가을걷이가 끝나면정성스레 음식을 차려놓았다고 한다바위에 올라가기도 하고숨바꼭질하면서 놀았던 어린 시절냇가에서 낚시하고도랑에서 미꾸라지, 메기, 붕어, 가재 등족대로 잡았던 때가 있었다모내기 철 마을 주민들 품앗이하고흥겹게 민요 부르며..

함께하는 세상

함께하는 세상 이제민 함께하는 세상은 아름답다 위험한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시민들 힘을 합쳐 돕고 안도의 한숨 내쉬며 제 갈 길 간다 삭막한 도시가 아닌 인정이 넘치는 활기찬 거리 혼자만의 세상이 아닌 다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희망이 있는 세상이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1년 가을·겨울호 통권 39호

보슬비 외 2편 (한국문학세상 2021년 봄 여름호)

보슬비 이제민 촉촉이 보슬비 내린다 숨죽인 풀꽃에 속삭이며 내리는 고마운 단비 코로나19로 힘든 나날 아픈 상처 어루만져주고 서로 보듬어주며 견뎠던 시간 새싹 움트듯 산뜻이 기지개 켜며 설레는 기다림, 보슬비에 젖는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1년 봄·여름호 은행나무 아래에서 -강직한 용재공(慵齋公) 이종준(李宗準) 이제민 의성현령(義城縣令) 지낸 후 모처럼 사우(士友)와 바둑을 둔다 부친께서 심은 은행나무 집 가리켜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이 ‘금호고사(琴湖高士)의 집’이라 했단다 1498년 무오년(戊午年) 혼란한 정국 사화(士禍)에 연루되었다고 붉은 옷을 입고 나타난 금오랑(金吾郞) 짙어가는 푸르른 은행나무 아래 삼매경에 빠져 바둑을 두는 용재..

은행나무 아래에서 -강직한 용재공(慵齋公) 이종준(李宗準)

은행나무 아래에서 -강직한 용재공(慵齋公) 이종준(李宗準) 이제민 의성현령(義城縣令) 지낸 후 모처럼 사우(士友)와 바둑을 둔다 부친께서 심은 은행나무 집 가리켜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이 ‘금호고사(琴湖高士)의 집’이라 했단다 1498년 무오년(戊午年) 혼란한 정국 사화(士禍)에 연루되었다고 붉은 옷을 입고 나타난 금오랑(金吾郞) 짙어가는 푸르른 은행나무 아래 삼매경에 빠져 바둑을 두는 용재공 주변에서 금부도사(禁府都事)가 도착한다고 알리니 “아직 나를 잡아들이라는 명을 듣지 못했다” 꿋꿋이 바둑을 둔다 명을 받고 노모(老母)께 하직 인사 올리니 "피하지 말고 의롭게 맞으라!"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여기며 담담히 당부하신다 국문(鞫問)에도 흐트러짐 없이 임하고 귀양 가는 도중 충성스러운 안..

가을 풍경 외 2편 (한국문학세상 2020년 가을 겨울호)

가을 풍경 이제민 길가에 핀 코스모스 가을바람에 한들한들 들녘엔 영글어가는 곡식이 주렁주렁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 그래도 가을은 무르익어 가을걷이하는 흐뭇한 농부의 얼굴 동구 밖까지 구수한 이야기 지나가는 바람 잠시 머물고 뭉게구름 두둥실 하얀 손을 흔드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0년 가을·겨울호 가끔은 이제민 가끔은 혼자 있을 때가 좋다 차 한 잔 시켜놓고 먼 산 바라보며 떨쳐버리지 못한 생각 그리움 된다 가끔은 혼자 걸을 때가 좋다 사색하면서 마음으로 걷는 길 꽃길이 아닌 험난한 길이더라도 남 탓하지 않고 헤쳐나가야 한다 혼자 있을 때 가끔은 빛바랜 추억을 꺼내 보자 지치고 힘들 때 고이 간직한 마음속 그리움 꺼내 보며 그런 인..

강가에서

강가에서 이제민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에 그리움 사무치네 바라만 보아도 즐거웠던 시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늘 가슴은 뛰고 잔잔한 물결에 그대 모습 일렁이네 구름 한 조각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뉘엿뉘엿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내 마음 조각배에 실어 강물 따라 무심히 흘러가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0년 가을·겨울호

가끔은

가끔은 이제민 가끔은 혼자 있을 때가 좋다 차 한 잔 시켜놓고 먼 산 바라보며 떨쳐버리지 못한 생각 그리움 된다 가끔은 혼자 걸을 때가 좋다 사색하면서 마음으로 걷는 길 꽃길이 아닌 험난한 길이더라도 남 탓하지 않고 헤쳐나가야 한다 혼자 있을 때 가끔은 빛바랜 추억을 꺼내 보자 지치고 힘들 때 고이 간직한 마음속 그리움 꺼내 보며 그런 인생으로 살아가자.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0년 가을·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