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기원에서
이제민
인터넷바둑 두면
마우스 딸각
생각보다 손이 앞선다.
10분 바둑에
10초 초읽기 3개
초속기 된 지 오래다.
가끔은 지인과 기원에서
바둑의 여유를 찾고 싶을 때가 있다.
동네 작은 사거리에서
골목길로 들어서 있는
3층 허름한 기원
책장에는 오래된 바둑책이
진열되어 있고
벽면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로기사 대국장면이
빛바래져 걸려있다.
손에 쥔 바둑알 감촉
바둑판에 놓는 돌 소리
승부호흡을 같이하며
함께한 시간 새삼 정겹다.
교감을 나눈 바둑알이
형광등 불빛에 반짝이고
바둑통에 쓸어담는 돌 소리
정겨움이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