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시(詩)

비가 오는 날이면

이제민 시인 2005. 7. 12. 12:51

      비가 오는 날이면
            이제민

      비가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곳이 있습니다. 학창시절 대학가 기차길 옆 허름한 간이술집 삼삼오오 모여 막걸리에 파전과 생두부를 안주 삼아 어수선한 시국을 논하고 젊음을 노래했습니다. 술 한잔을 곁들이면 기차의 고적소리는 빗소리에 잠겨 이야기 속으로 점점 빠져들어 가고 어느 정도 온몸에 취기가 달아오를 즈음 어김없이 찾아온 반가운 얼굴들 막걸리에 빈대떡 하나 더 시켜놓고 술집을 전세 낸 양 또다시 이야기꽃을 피워댑니다. 버스도 끊긴 지 오래 끝없이 내리던 비는 흐늘흐늘 춤을 추고 간간이 들려오던 기차소리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줄달음치고 술집 아주머니는 금세라도 감길 눈꺼풀을 힘겹게 추켜올리며 긴 하품을 연방 해댑니다. 우리는 그제야 술집을 나와 서로 어깨동무하며 기차소리보다 더 크고 힘차게 민중가요를 목청껏 외치며 발걸음을 느릿느릿 재촉합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늘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함께했던 선배, 후배들 이제 세월의 나이를 먹어 설령 그곳이 남아있다 해도 옛모습 그 정겨운 느낌 찾을 수 없어 멀리서나마 안부를 전합니다.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비가 오는 날이면 그곳이 생각납니다. 함께했던 그대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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