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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후기] 하이텔 바둑동 무주 수련모임

이제민 시인 2006. 6. 11. 02:29

[모임후기] 하이텔 바둑동 무주 수련모임

 

글. 이제민

 

2000년 6월 3일 하이텔 바둑동 무주 수련모임.
제1회 돌벗배 32강전 6국(한충완 5단 대 김시환 5단 승), 7국(김동섭 7단 승 대 이웅기 7단)  대국이 오후 5시 30분경에 끝나자 곧바로 하이텔 지도사범님이신 김시환 사범님과 김동섭 사범님을 모시고 조휘남 사범님과 함께 덕유산으로 출발했다.

덕유산에 도착하니 7시가 넘어서 간단한 참석절차를 마치고 허기진 몸으로 충청지부 숙소로 달려갔다.
다들 저녁식사를 하려 갔는지 문은 잠겨있고 아무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되돌아와 식당을 찾기로 했다. 식당은 가까운 곳에 있어서 찾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식당에 가서 아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저쪽에 식사 중이신 지부회원들이 있었다.
지부회원들은 다들 식사를 마쳤는지 반주를 곁들고 있었다. 얼른 식사를 하고 나서 오랜만에 만난 회원들과 술 한잔을 나눴다. 지부회원들이라고 해도 몇 분은 처음 만난 분이었다.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행사를 시작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모두들 잔디밭으로 이동해서 함께 어울렸다.

각 지부의 장기자랑 특히 어린아이들이 나와서 부모님과 함께 노래도 부르고 테크노춤을 추는 모습은 정말이지 바둑동 엠티가 '가족축제구나'하며 모두들 좋아했다.
아이들 노래며 춤이며 너무 귀엽고 깜찍한 모습. 바둑은 아는지 모르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이렇게 어울린다는 것이 바둑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더욱더 뜻깊은 밤이 되었을 것이다.

정용상 대삽님 소개와 운영진 소개에 이어, 프로기사 박지은 二段. 김광식 三段, 이현욱 三段의 소개가 이어졌다. 프로기사 분들은 지도다면기대국을 해 주시느라고 좀 늦게 도착했다.

호빵맨의 사회는 충청지부에는 쓰라린 아픔을 남겼다.
다른 지부는 열심히 춤도 추고 장기 자랑을 했지만 충청지부는 양반이넵시고 몸이 굳어버린 건지 요즘 유행한 '김미김미' 노래가 나와도 춤이 어설프고 어정쩡했다.
사회자는 3박4일 동안 합숙훈련했다면서 충청지부의 강인함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는데 막상 무대에 나와보니 멍석 깔아 놓은 것처럼 호빵맨 사회자가 더는 진행을 할 수 없다고 1절도 끝나기 전에 충청지부는 다들 퇴장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지부장님이 '농성하자'하며 무대에서 덥석 주저앉는 바람에 회원님들 다 일치단결로 주저앉아 농성아닌 농성을 하게 이르렀다.
그러나 사회자 눈에는 농성이 반성(?)으로 착각했는지 계속 앉아서 반성이나 하라고 했다. 충청지부는 탬버린으로 연습을 많이 했는데 탬버린이 없었다는 둥 음악이 박자가 잘 안 맞는다는 둥 뚱딴지같은 하소연을 하니 사회자에게 먹힐 리가 없었다.
다른 지부의 무대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충청지부는 아직 무대에서 내려갈 생각도 안하고 이형철 지부장님은 언제 일어났는지 평소 모습과는 다르게 지르박을 밟고 난리가 아니었다.

행사가 끝나고 캠프파이어를 하고 난 후 모두 숙소에 들어가서 정다운 얘기를 나눴다. 호남지부, 부산지부, 전북지부, 황소, 바소라 등 반가운 분들을 만나니 더욱 기뻤다. 하도 오랜만에 만난 분들, 정말이지 너무 반가운 나머지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보니 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다.

다음날 호남지부인 김명희님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짬을 내어 눈을 붙이게 되었다.
11시경에 일어나 김준식님의 차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대전으로 올라왔다. 오는 도중 산중의 물을 막은 커다란 댐을 보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댐 주위를 잠시 거닐면서 자연에 도전한 인간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대전에 도착한 지부회원들은 냉면으로 점심을 먹은 후 돌벗기원에 가서 못 다한 바둑 한 수를 더했다.


하이텔 바둑동 수련모임

바둑동으로 인연이 되어
대국도 하고
대화도 나누지만
마음 한편엔
그리움 쌓여만 가고

너의 모습
너의 목소리
궁금증을 간직한 채
참석한 바둑동 수련모임

실제 모습은
기대와는 다르지만
느낌만은
오랜 기우(棋友)처럼
다정하게 다가온다

마음속에 간직한
기나긴 날들을 다 풀어헤치려니
하룻밤이 너무 짧기만 하구나.

2000/06/0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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