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시 35

귀의 마술

귀의 마술 이제민 귀에는 마술이 있어요 흑백의 싸움에 수가 적어도 잡히지 않고 몇 수 안되는 돌이 은근히 탄력이 있어요 궁도가 넓어도 죽을 수 있고 궁도가 좁아도 쉽게 안 죽는 귀 귀에는 변화가 있어요 기본 정석을 알아도 기본 사활을 알아도 싶게 적응하지 못해요 내 집같이 크지만 상수의 횡포에 빈껍데기만 남고 울음을 터트리고 마는 하수에요 귀에는 상수로 가는 지름길이 있어요 귀의 마술을 귀의 변화를 알면 실력은 소리 없이 늘어요. ------------------------ ·주간 『바둑361』 기념호(1996년 10월)

내 마음속의 작은 병정들

내 마음속의 작은 병정들 이제민 반상 위에 두개의 작은 병정들 내 마음의 고뇌가 시작되네 손끝마다 힘이 넘쳐 사색은 시작되네 한 병정이 내 마음을 뒤흔들면 내 마음은 점점 하늘로 용솟음치네 그때마다 하나 둘 고통스런 병정들 고민과 아픔이 시작되네 머릿속엔 허전한 빈 공간뿐 아무리 찾아봐도 부족한 병정들 만회하려고 해도 때는 이미 늦어 최선을 다할 뿐…… 병정들은 가로 세로 줄지어 아름답게 서있지만 이 마음은 후회뿐 할 말은 많아도 고개만 숙일 뿐이구나. ------------------------ ·월간 『바둑세계』 1990 2월호 「독자의 난」 ·계간 『문학세상』 2005년 제2호 제2회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