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세상 129

슬픈 날에는

슬픈 날에는 이제민 슬픈 날에는 목적지도 없이 그저 떠나고 싶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이 밤, 혼자라도 좋다. 슬픈 날에는 열차에 몸을 맡긴 채 한없이 달리고 싶다. 긴 의자에 잠시 쉴 수만 있으면 이 밤, 남쪽 끝이라도 좋다. 아무나 만나도 차 한 잔을 건네며 스스럼없는 얘기를 이 밤, 함께 해도 좋다. 짧은 여행이 되더라도 되돌아온 나의 일상엔 큰 이정표로 남았으면 한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09년 가을호

새벽 오솔길을 걸으며 외 1편 (한국문학세상 2009년 여름호)

새벽 오솔길을 걸으며 이제민 이슬방울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가로등도 잠이 들 무렵 오솔길을 걷는다. 검푸르던 하늘 차츰 밝아 오름에 나무, 꽃, 벌레 기지개를 켠다. 촉촉이 젖은 잎사귀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맑고 신선한 공기 마시며 두 팔 벌려 심호흡을 해본다. 되돌아오는 중에 약수터에 들러 물 한 잔 마시니 가슴이 확 트이는구나.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09년 여름호 바둑이야기 -선의 노래 이제민 1선은 죽음선 나가면 나갈수록 죽고요 비마끝내기 살금살금 상대 진영 짓밟고 위험할 땐 서로 손잡고 연결하고요 2선은 패망선 기면 길수록 망하고요 한 칸 끝내기 야금야금 상대 진영 교란하고 불안할 땐 얼른 가볍게 살아 놓아요 3선은 실리선 늘면 늘수록 안..

바둑이야기 -선의 노래

바둑이야기 -선의 노래 이제민 1선은 죽음선 나가면 나갈수록 죽고요 비마끝내기 살금살금 상대 진영 짓밟고 위험할 땐 서로 손잡고 연결하고요 2선은 패망선 기면 길수록 망하고요 한 칸 끝내기 야금야금 상대 진영 교란하고 불안할 땐 얼른 가볍게 살아 놓아요 3선은 실리선 늘면 늘수록 안정하고요 중심을 잡아 살랑살랑 포근함을 갖고 수비할 땐 좋은 행마로 살아 놓아요 4선은 세력선 두면 둘수록 커지고요 우주로 나가 팔랑팔랑 희망을 품고 공격할 땐 크게 중앙에서 모자씌워요 오선지에 그린 악보처럼 높고 낮은 선 서로 사이좋다가 싸우기도 하는 그리움과 외로움이 있는 포근하고 희망의 노래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09년 여름호

새벽 오솔길을 걸으며

새벽 오솔길을 걸으며 이제민 이슬방울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가로등도 잠이 들 무렵 오솔길을 걷는다. 검푸르던 하늘 차츰 밝아 오름에 나무, 꽃, 벌레 기지개를 켠다. 촉촉이 젖은 잎사귀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맑고 신선한 공기 마시며 두 팔 벌려 심호흡을 해본다. 되돌아오는 중에 약수터에 들러 물 한 잔 마시니 가슴이 확 트이는구나.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09년 여름호

어느 소작농의 눈물 외2편 (한국문학세상 2008년 겨울호)

어느 소작농의 눈물 이제민 한 시골마을 가난한 농민이 살고 있었다. 농사가 잘돼 풍년이 들면 수매收買를 다 바치지 못하고 흉년이 드는 해에는 소출이 적어 가난을 면치 못했다. 그래도 자기 땅이라도 있는 사람은 그나마 났지만 소작농小作農은 애써 농사를 잘 지어봐도 지주地主에 임대료를 주고 나면 손에 쥔 소득은 몇 푼 안 되었다. 자식들은 커가고 비료대금 등 농자잿값은 점점 오르고 정부에서 지급하는 쌀 소득보전 직불금*마저 지주에 빼앗기고 마는 현실 부수입을 올리려고 소, 돼지, 닭 등 가축을 길러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탓에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 파동에 생활은 나아지지가 않았다. 오히려 융자를 받은 빚만 늘어갔다. "아빠, 우리는 왜 이렇게 가난한 거야? 언제 가난을 면할 수 있어?" 자식의 말에 제대로..

바둑이야기 -따먹기

바둑이야기 -따먹기 이제민 먹기 먹기 따먹기 재미있는 따먹기 단수 단수 연단수치며 촉촉수로 잡고 먹여치기 이용해 환격으로 잡고 도망가는 말 그물 쳐놓고 몰면 한 점 한 점이 두 점 세 점 뭉쳐 소마 대마 왕대마 되네. 먹기 먹기 따먹기 기분 좋은 따먹기 잡은 돌 들어내며 환한 웃음 짓고 따르르 따르르 뚜껑에 돌 담는 소리 경쾌한 소리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기분 좋은 건 대마 빵때림.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08년 겨울호

어느 소작농의 눈물

어느 소작농의 눈물 이제민 한 시골마을 가난한 농민이 살고 있었다. 농사가 잘돼 풍년이 들면 수매收買를 다 바치지 못하고 흉년이 드는 해에는 소출이 적어 가난을 면치 못했다. 그래도 자기 땅이라도 있는 사람은 그나마 났지만 소작농小作農은 애써 농사를 잘 지어봐도 지주地主에 임대료를 주고 나면 손에 쥔 소득은 몇 푼 안 되었다. 자식들은 커가고 비료대금 등 농자잿값은 점점 오르고 정부에서 지급하는 쌀 소득보전 직불금*마저 지주에 빼앗기고 마는 현실 부수입을 올리려고 소, 돼지, 닭 등 가축을 길러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탓에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 파동에 생활은 나아지지가 않았다. 오히려 융자를 받은 빚만 늘어갔다. "아빠, 우리는 왜 이렇게 가난한 거야? 언제 가난을 면할 수 있어?" 자식의 말에 제대로..

[시집] 내 마음속의 작은 병정들 2 (생활문학시리즈 60)

[시집] 내 마음속의 작은 병정들 2 (생활문학시리즈 60) 펴낸곳 : 사단법인 한국문학세상 펴낸날 : 2008년 10월 20일 만든곳 : (주)한국학술정보 ISBN : 978-89-92507-53-0-03810 지은이 : 이제민 편수 : 詩 65편 수록 쪽수 : 131쪽, A5 가격 : 7,000원 * 시집 구매안내 [교보문고] [YES24] [영풍문고] [알라딘] [반디북] [네이버] [다음] [인터파크] [노란북] ▣ 프로필 충북 보은 출생 한남대 수학과 졸 바둑 아마5단 (한국기원) 계간「문학세상」신인문학상 당선 (2005) 시집「내 마음속의 작은 병정들」(2007) 시집「내 마음속의 작은 병정들 · 2」(2008) 문학세상 작가협회 회원 누리문학회 회원 한국문학세상 회원 이메일 :: hnbadu..

불타버린 국보 1호, 숭례문 외1편 (한국문학세상 2008년 여름호)

불타버린 국보 1호, 숭례문 이제민 600년 역사가 깃든 숭례문이 무자년 새해 들어 소실되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도 거뜬히 견뎌 국민의 자존심을 지킨 숭례문이었는데 어이없게도 방화로 인해 5시간 만에 완전히 불타버렸다.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목조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문화재, 국보 1호 그것을 지켜보는 시민의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옛모습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기에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 금할 길이 없다. 무자년 설 명절 끝자락 고향을 즐겁게 다녀온 국민 휴식을 취하는 와중에 날벼락 같은 소식 국보 1호가 불타버렸다. 국민의 자존심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08년 여름호 신발 이제..

신발

신발 이제민 당신의 육중한 몸 늘 함께하며 싫든 좋든 살아온 날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눈이 오거나 한파가 몰아쳐도 당신이 가는 곳 어디든지 불평 한마디도 없이 따라나선 길 밤이면 당신의 부르튼 발 당신의 고된 하루 희망찬 내일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함께한 시간 정이 깊어갈수록 온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발밑 낮은 자세로 당신을 섬기겠습니다. 헌신짝처럼 아무렇게나 내버려져도 원망도 않겠습니다. 그것이 제 운명인 걸요.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08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