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날에는 이제민 슬픈 날에는 목적지도 없이 그저 떠나고 싶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이 밤, 혼자라도 좋다. 슬픈 날에는 열차에 몸을 맡긴 채 한없이 달리고 싶다. 긴 의자에 잠시 쉴 수만 있으면 이 밤, 남쪽 끝이라도 좋다. 아무나 만나도 차 한 잔을 건네며 스스럼없는 얘기를 이 밤, 함께 해도 좋다. 짧은 여행이 되더라도 되돌아온 나의 일상엔 큰 이정표로 남았으면 한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09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