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발표詩】/발표詩 244

낙엽

낙엽 이제민 푸르름 간직하다 싸늘한 날씨가 오면 길게 늘어진 그림자 하루하루 지탱하다 하나 둘 떠나가는 친구를 보면 야위어 가는 텅 빈 가슴 붉은 얼굴로 미소도 지어보지만 계절의 끝은 심술궂은 바람까지 동원해 마지막 남은 한 올까지 벗기려 한다 오랜만에 놀러온 산새 한마리 빈 나뭇가지에 앉아 목놓아 울고 간다. ------------------------ ·『누리문학』 창간호 (2006년 1월)

해바라기 · 2

해바라기 · 2 이제민 너만을 기다리다 하루해 다 보내고 밤이 되면 잊을 수 없어 고개를 떨어뜨리는 해바라기 다음날 아침이 밝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범한 모습으로 또 다시 기다리지만 너는 바라만 보고 스쳐지나갈 뿐 매일같이 너만을 기다리다가 그리움으로 가득차 버린 내가 야속하지만 그래도 난 멀리서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내 가슴은 뛰고 얼굴은 점점 붉게 물들고 만다 난 언제나 해바라기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다릴 거예요. ------------------------ ·『누리문학』 창간호 (2006년 1월)

해바라기 · 1

해바라기 · 1 이제민 내 마음 전할 수 있다면 담장 너머로 바라만 보는 해바라기가 되어도 좋다 맑게 개인 하늘을 보며 활짝 웃을 수 있고 먹구름이 몰려오면 고개를 떨어뜨리는 그런 모습으로 살고 싶다 언덕 위로 부는 실바람에 설레임 간직하며 멀리 떨어진 그곳까지 잠시라도 내 존재를 알리고 싶다 난 아직도 너의 빈자리를 멀리서나마 바라볼 수 있는 그런 해바라기로 남으려 한다. ------------------------ ·『누리문학』 창간호 (2006년 1월)

미안해요

미안해요 이제민 미안해요, 당신 처음 사랑했던 그대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그대가 했던 말, 함께한 공간 그대가 불러주던 사랑의 노래 …… 내 마음속에 너무나 많이 남아 있어요 미안해요, 당신 세월이 지나도 그대를 잊을 수가 없어요 언제쯤 그대를 잊을 수 있을까요? 아직도 나는 그대의 틈바구니에 과거 속을 거닐고 있어요 연락도 없는 처음 사랑인 그대 살아 계셨으면 한번쯤 보고 싶은데 보고 싶었는데…… 미안해요, 당신. ------------------------ ·『누리문학』 창간호 (2006년 1월)

[문학세상 2005년 제2호] 한밤중 외 2편 신인문학상 당선소감, 심사평

한밤중 이제민 바람소리조차도 잠이든 한밤중 늘 깨여있네 조그만 방안 코끝으로 스며드는 커피향 그리움 못잊어 너에게 달려가네 너는 언제나 모든 걸 포용하는 천사 같은 마음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가깝고도 먼 그대 언제나 내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새벽이 되도록 그대의 꿈을 꾸네. ------------------------ ·계간 『문학세상』 2005년 제2호 제2회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내 마음속의 작은 병정들 이제민 반상 위에 두개의 작은 병정들 내 마음의 고뇌가 시작되네 손끝마다 힘이 넘쳐 사색은 시작되네 한 병정이 내 마음을 뒤흔들면 내 마음은 점점 하늘로 용솟음치네 그때마다 하나 둘 고통스런 병정들 고민과 아픔이 시작되네 머릿속엔 허전한 빈 공간뿐 아무리 찾아봐도 부족한 병정들 만회하려고..

거미

거미 이제민 19층 고층 아파트에 몸짓이 왜소한 거미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실타래처럼 얽힌 미로를 만들어 놓고 먹잇감을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 머리 나쁜 곤충들 위협을 느끼지 못한 채 날갯짓하기에 여념이 없다 거미의 포위망이 온몸을 누르자 그제야 눈치채는 곤충 사는 길을 외면하고 죽는 길을 스스로 택하고 마는 가엾은 곤충 뒤늦게 벗어나려고 필사적인 몸부림을 쳐보지만 몸은 더욱 굳어만 가고 그것을 지켜본 거미는 얄미운 침을 넌지시 흘려보낸다 19층 고층 아파트엔 어느새 몸짓이 뚱뚱한 거미 여러 마리가 살고 있었다. ------------------------ ·계간 『문학세상』 2005년 제2호 제2회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한밤중

한밤중 이제민 바람소리조차도 잠이든 한밤중 늘 깨여있네 조그만 방안 코끝으로 스며드는 커피향 그리움 못잊어 너에게 달려가네 너는 언제나 모든 걸 포용하는 천사 같은 마음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가깝고도 먼 그대 언제나 내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새벽이 되도록 그대의 꿈을 꾸네. ------------------------ ·계간 『문학세상』 2005년 제2호 제2회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수담으로 즐기는 바둑동

수담으로 즐기는 바둑동 이제민 수담(手談)으로 즐기는 하이텔 바둑동 나그네처럼 스쳐 지나가면 그만인 나를 정들게 하여 머물게 하고 인생의 참맛을 바둑을 통하여 알게 하는 바둑동이 여기 있으리라 바둑 한 수에 피곤도 잊은 채, 손끝에서 나오는 돌 소리에 모든 시름을 잊을 수 있고 수담 후엔 따뜻한 만남이 휴게실처럼 아늑한 우리들의 대화의 공간 여기에 낭만이 있고 기쁨이 가득한 하이텔 바둑동. ------------------------ ·통신바둑모임 『하이텔 바둑동』 회지 2호(1997년) 편집후기

들꽃

들꽃 이제민 봄바람이 불면 이름 모를 들꽃 바람 아저씨보고 인사를 해요 "안녕" 라고 바람 아저씨 "방긋" 손짓을 하며 지나가요 남들 보다 이쁘지도, 향기도 없지만 들꽃은 모나지도 않게 꼿꼿이 살아가요 저 멀리 혼자 떠다니는 구름처럼……. ------------------------ ·통신바둑모임 『하이텔 바둑동』 회지 2호(1997년)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