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문학 70

당신의 들꽃

당신의 들꽃 이제민 백합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향기롭지 않아도 그대 위해 핀 한 송이 들꽃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구름 따라 여기저기 떠돌지만 당신에게 향한 마음은 백합보다도, 장미보다도 못하지 않으리. 불모지에서 태어나 숱한 비바람에 온몸이 다 만신창이가 되어도 곧은 절개 하나만은 꺾이지 않으리. 다시 태어나도 그대 위해 자랄 수 있는 나는 당신의 들꽃.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8/9월호

매미

매미 이제민 쓰르람 쓰르람 맴 맴 외로워서 운다. 숲이 있는 어디서든지 나무 위에 매달려 불볕더위에 목이 터져라 짝을 찾는 사랑의 노래 부른다. 쓰르람 쓰르람 맴 맴 슬퍼서 운다. 수년이나 땅속에서 굼벵이로 숨죽여 살다가 세상에 나와 겨우 여름 한철 삶 슬퍼서 운다. 외로워서 운다. 슬퍼서 운다. 밤낮 가리지 않고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8/9월호

여름 장마 외1편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7월호)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7월호 여름 장마 외 1편 여름 장마 이제민 온 대지를 뜨겁게 달구던 햇빛 점점 지쳐가는 생명 하늘도 더는 참지 못하는지 연이어 울음을 터트린다. 그칠 줄 모르는 울음에 눈물 보가 터져버린 빗물 폭포수를 이룬다. 한번 터진 울음 언제 그치려나 마냥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7월호 할머니의 옛이야기 이제민 깊어 가는 여름밤 TV도 없던 시절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듣는다. 마당에 멍석 깔고 모깃불을 피워놓고 도란도란 둘러앉아 옥수수를 먹으며 듣는 할머니의 이야기 대문 밖 논두렁에는 풀벌레 소리, 개구리 소리 함께 어우러져 장단을 맞추고 손자 손녀 모기 물릴까 봐 부채질을 해가며 이야기는 시작되고 마당 모퉁이..

할머니의 옛이야기

할머니의 옛이야기 이제민 깊어 가는 여름밤 TV도 없던 시절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듣는다. 마당에 멍석 깔고 모깃불을 피워놓고 도란도란 둘러앉아 옥수수를 먹으며 듣는 할머니의 이야기 대문 밖 논두렁에는 풀벌레 소리, 개구리 소리 함께 어우러져 장단을 맞추고 손자 손녀 모기 물릴까 봐 부채질을 해가며 이야기는 시작되고 마당 모퉁이 더위에 지친 강아지도 꼬리를 흔들며 아장아장 걸어와 할머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잠이 와 눈을 껌벅껌벅하면 할머니는 무딘 손으로 배를 어루만지며 자장가를 불러주고 외양간 소도, 강아지도 밤하늘에 떠있는 별님도 새근새근 잠이 든다. 한여름밤이면 할머니의 구수한 이야기가 늘 귓전을 맴돈다.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7월호

거울에 비친 모습 외1편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6월호)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6월호 거울에 비친 모습 외1편 거울에 비친 모습 이제민 거울에 비친 모습 내가 아니다. 너를 만날 땐 거울 앞에 서서 본 모습 감추려 화장하고 치장하지만 마음만은 감출 수 없다. 너를 향한 마음 드려내기 쑥스러워 감추는 내가 야속하지만 내 마음도 모르는 채 거울 속 너는 보조개를 드러내며 배시시 웃고 있다. 거울에 비친 모습 내가 아니다 진정 나일 수 없다.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6월호 시 쓰는 날에는 이제민 시가 잘 써지는 날에는 클래식 음악과 한 잔의 커피가 있다. 클래식은 리듬을 부드럽게 만들고 한 잔의 커피는 은은한 향기를 뿜어낸다. 시가 잘 안 써지는 날에도 클래식 음악과 한 잔의 커피가 있다. 클래식은 마음의..

시 쓰는 날에는

시 쓰는 날에는 이제민 시가 잘 써지는 날에는 클래식 음악과 한 잔의 커피가 있다. 클래식은 리듬을 부드럽게 만들고 한 잔의 커피는 은은한 향기를 뿜어낸다. 시가 잘 안 써지는 날에도 클래식 음악과 한 잔의 커피가 있다. 클래식은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고 한 잔의 커피는 타는 갈증을 없애게 한다. 시 쓰는 날에는 클래식 선율을 들으며 커피 한 잔을 마신다.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6월호

거울에 비친 모습

거울에 비친 모습 이제민 거울에 비친 모습 내가 아니다. 너를 만날 땐 거울 앞에 서서 본 모습 감추려 화장하고 치장하지만 마음만은 감출 수 없다. 너를 향한 마음 드려내기 쑥스러워 감추는 내가 야속하지만 내 마음도 모르는 채 거울 속 너는 보조개를 드러내며 배시시 웃고 있다. 거울에 비친 모습 내가 아니다 진정 나일 수 없다.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6월호

조약돌 외1편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5월호)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5월호 조약돌 외1편 조약돌 이제민 바닷가에 한 소년 조약돌 줍는 아이. 파도에 떠밀려 세월이 지나는지 모르는 채 예쁜 조약돌 하나 주머니에 넣었다. 촉감이 부드러우면서 조그만 손에 따사로움이 전해지고 한 소녀에게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는 듯 뒤돌아 건네준 지나온 발자취. 파도소리도 잊은 채 짭짤한 바다 바람에 시간은 멎고 소녀는 조약돌을 만지작거리며 한 소년과 함께 나란히 이 길을 걷고 있다.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5월호 새벽 커피 이제민 모처럼 일찍 일어나 마시는 커피 달콤하다. 커튼 사이로 막 깨어난 햇살에 커피향이 피어오르고 밤새 꿈속을 달려온 목마름을 한 잔의 커피로 달랜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상쾌한 음악에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