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문학 70

새벽 커피

새벽 커피 이제민 모처럼 일찍 일어나 마시는 커피 달콤하다. 커튼 사이로 막 깨어난 햇살에 커피향이 피어오르고 밤새 꿈속을 달려온 목마름을 한 잔의 커피로 달랜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상쾌한 음악에 몸을 가볍게 흔들며 아침을 맞이한다. 오늘은 새·벽·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5월호 ·계간 『한국문학세상』 2008년 겨울호

조약돌

조약돌 이제민 바닷가에 한 소년 조약돌 줍는 아이. 파도에 떠밀려 세월이 지나는지 모르는 채 예쁜 조약돌 하나 주머니에 넣었다. 촉감이 부드러우면서 조그만 손에 따사로움이 전해지고 한 소녀에게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는 듯 뒤돌아 건네준 지나온 발자취. 파도소리도 잊은 채 짭짤한 바다 바람에 시간은 멎고 소녀는 조약돌을 만지작거리며 한 소년과 함께 나란히 이 길을 걷고 있다.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5월호

버스 안에서 · 1 외1편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4월호)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4월호 버스 안에서 · 1 외1편 버스 안에서 · 1 이제민 버스를 타면 늘 창밖을 본다. 길거리에는 우리들의 삶의 현주소가 내 시야에 들어오고 내 마음속엔 그대의 영상이 떠오른다. 고달픈 생활 속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대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빨간 불이 곧이어 녹색 불로 바뀌듯 우리네 삶도 긴 기지개를 켜고 밝은 내일을 맞이하겠지.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4월호 버스 안에서 · 2 이제민 버스 안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두 어깨에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모두들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손잡이에 내 몸을 의지하며 잠깐이라도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주름살이 길게 늘어진 노인들 바쁜 표정을 짓는..

버스 안에서 · 2

버스 안에서 · 2 이제민 버스 안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두 어깨에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모두들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손잡이에 내 몸을 의지하며 잠깐이라도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주름살이 길게 늘어진 노인들 바쁜 표정을 짓는 젊은 사람들 연방 재잘거리는 어린아이들 등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모습들이 새삼 정답게 느껴진다. 승강장에 도착할 때마다 사람들로 내리고 채워지고 스쳐 지나가던 창밖의 풍경은 잠시 정지하다 이내 뒤로 멀어진다. 매번 본 풍경이지만 지나온 세월처럼 유난히 내 마음에 다가온다.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4월호

버스 안에서 · 1

버스 안에서 · 1 이제민 버스를 타면 늘 창밖을 본다. 길거리에는 우리들의 삶의 현주소가 내 시야에 들어오고 내 마음속엔 그대의 영상이 떠오른다. 고달픈 생활 속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대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빨간 불이 곧이어 녹색 불로 바뀌듯 우리네 삶도 긴 기지개를 켜고 밝은 내일을 맞이하겠지.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4월호

들꽃 외1편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3월호)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3월호 들꽃 외1편 들꽃 이제민 봄바람 불면 이름 모를 들꽃 바람아저씨보고 인사해요, "안녕" 라고 바람아저씨 "방긋" 손짓하며 지나가요. 남들보다 예쁘지도, 향기도 없지만 들꽃은 모나지 않게 꼿꼿이 살아가요. 저 멀리 혼자 떠다니는 구름처럼……. ------------------------ ·통신바둑모임『하이텔 바둑동』회지 2호(1997년)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3월호 빗방울 이제민 빗물이 살며시 구름 타고 내려와 나뭇잎에도, 창문에도 길모퉁이 처마 끝에도 대롱대롱 송알송알 리듬에 맞춰 바람 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또르르 또르르 목마른 대지도 갈증을 느낀 풀잎도 방울방울 빗방울 타고 동동동. ------------------------ ·월간 누리 시문학 20..

겨울나무 외1편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2월호)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2월호 겨울나무 외1편 겨울나무 이제민 창가에 한 그루 나무가 외롭게 서 있다 얼마 전 단풍으로 채색되어 그대 마음, 아름답게 수놓았는데 이제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살며시 이는 바람에도 흔들리고 그대, 부드러운 바람 소식 전해오길 손꼽아 기다리던 나무 맨발로 뜰까지 나와 서성인다.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2월호 겨울 바다 · 3 이제민 겨울엔 바다를 찾는다 한동안 북적거린 바다도 내 삶의 끝 언저리처럼 허무하기만 하다 파도가 칠 때마다 혼란스런 마음을 잠재우려고 바라보지만 바다는 말이 없다 그저, 손짓을 할 뿐이다 지나온 삶은 떨쳐버리고 새로운 삶을 위해 너에게 말없이 손짓을 보낸다. ---------------------..

겨울 바다 · 3

겨울 바다 · 3 이제민 겨울엔 바다를 찾는다 한동안 북적거린 바다도 내 삶의 끝 언저리처럼 허무하기만 하다 파도가 칠 때마다 혼란스런 마음을 잠재우려고 바라보지만 바다는 말이 없다 그저, 손짓을 할 뿐이다 지나온 삶은 떨쳐버리고 새로운 삶을 위해 너에게 말없이 손짓을 보낸다.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