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이제민 19층 고층 아파트에 몸짓이 왜소한 거미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실타래처럼 얽힌 미로를 만들어 놓고 먹잇감을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 머리 나쁜 곤충들 위협을 느끼지 못한 채 날갯짓하기에 여념이 없다 거미의 포위망이 온몸을 누르자 그제야 눈치채는 곤충 사는 길을 외면하고 죽는 길을 스스로 택하고 마는 가엾은 곤충 뒤늦게 벗어나려고 필사적인 몸부림을 쳐보지만 몸은 더욱 굳어만 가고 그것을 지켜본 거미는 얄미운 침을 넌지시 흘려보낸다 19층 고층 아파트엔 어느새 몸짓이 뚱뚱한 거미 여러 마리가 살고 있었다. ------------------------ ·계간 『문학세상』 2005년 제2호 제2회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