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세상 129

은행나무 아래에서 -강직한 용재공(慵齋公) 이종준(李宗準)

은행나무 아래에서 -강직한 용재공(慵齋公) 이종준(李宗準) 이제민 의성현령(義城縣令) 지낸 후 모처럼 사우(士友)와 바둑을 둔다 부친께서 심은 은행나무 집 가리켜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이 ‘금호고사(琴湖高士)의 집’이라 했단다 1498년 무오년(戊午年) 혼란한 정국 사화(士禍)에 연루되었다고 붉은 옷을 입고 나타난 금오랑(金吾郞) 짙어가는 푸르른 은행나무 아래 삼매경에 빠져 바둑을 두는 용재공 주변에서 금부도사(禁府都事)가 도착한다고 알리니 “아직 나를 잡아들이라는 명을 듣지 못했다” 꿋꿋이 바둑을 둔다 명을 받고 노모(老母)께 하직 인사 올리니 "피하지 말고 의롭게 맞으라!"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여기며 담담히 당부하신다 국문(鞫問)에도 흐트러짐 없이 임하고 귀양 가는 도중 충성스러운 안..

가을 풍경 외 2편 (한국문학세상 2020년 가을 겨울호)

가을 풍경 이제민 길가에 핀 코스모스 가을바람에 한들한들 들녘엔 영글어가는 곡식이 주렁주렁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 그래도 가을은 무르익어 가을걷이하는 흐뭇한 농부의 얼굴 동구 밖까지 구수한 이야기 지나가는 바람 잠시 머물고 뭉게구름 두둥실 하얀 손을 흔드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0년 가을·겨울호 가끔은 이제민 가끔은 혼자 있을 때가 좋다 차 한 잔 시켜놓고 먼 산 바라보며 떨쳐버리지 못한 생각 그리움 된다 가끔은 혼자 걸을 때가 좋다 사색하면서 마음으로 걷는 길 꽃길이 아닌 험난한 길이더라도 남 탓하지 않고 헤쳐나가야 한다 혼자 있을 때 가끔은 빛바랜 추억을 꺼내 보자 지치고 힘들 때 고이 간직한 마음속 그리움 꺼내 보며 그런 인..

강가에서

강가에서 이제민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에 그리움 사무치네 바라만 보아도 즐거웠던 시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늘 가슴은 뛰고 잔잔한 물결에 그대 모습 일렁이네 구름 한 조각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뉘엿뉘엿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내 마음 조각배에 실어 강물 따라 무심히 흘러가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0년 가을·겨울호

가끔은

가끔은 이제민 가끔은 혼자 있을 때가 좋다 차 한 잔 시켜놓고 먼 산 바라보며 떨쳐버리지 못한 생각 그리움 된다 가끔은 혼자 걸을 때가 좋다 사색하면서 마음으로 걷는 길 꽃길이 아닌 험난한 길이더라도 남 탓하지 않고 헤쳐나가야 한다 혼자 있을 때 가끔은 빛바랜 추억을 꺼내 보자 지치고 힘들 때 고이 간직한 마음속 그리움 꺼내 보며 그런 인생으로 살아가자.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0년 가을·겨울호

가을 풍경

가을 풍경 이제민 길가에 핀 코스모스 가을바람에 한들한들 들녘엔 영글어가는 곡식이 주렁주렁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 그래도 가을은 무르익어 가을걷이하는 흐뭇한 농부의 얼굴 동구 밖까지 구수한 이야기 지나가는 바람 잠시 머물고 뭉게구름 두둥실 하얀 손을 흔드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0년 가을·겨울호

미세먼지 많은 날 외 2편 (한국문학세상 2020년 봄 여름호)

한국문학세상 2020년 봄 여름호 통권 36호 Contents 권두 칼럼 김영일 2020년 고사성어는 유지경성(有志竟成) 002 신작시 김철모 모정 1 외 2편 006 김영석 아버지 외 2편 009 전 경 화분유감(花盆有感) 외 2편 012 조은영 나름 날벼락 외 2편 018 한상용 어머니 외 2편 021 김선태 아버지 외 2편 025 윤인경 낭만 항구 외 2편 028 곽윤옥 술빵 외 2편 032 김용성 수줍은 겨울 외 2편 035 송귀순 유기건 외 2편 038 최길용 산과 바다 외 2편 042 이제민 미세먼지 많은 날 외 2편 045 이태균 우한 폐렴 외 2편 048 전병일 한결같은 마음 외 2편 052 신작 수필 양봉선 맛과 멋과 예향의 고장, 꽃심 전주 056 전종하 새벽 냄새 외 1편 063 남도..

오염된 바다

오염된 바다 이제민 집중호우 내리면 쓰레기, 오폐수 하천, 강 이어 바다로 흘러든다. 세금 아끼려고 생계 어렵다고 혹은 무심결에 버린 무단방류 모든 걸 품는다는 바다도 버거워 토해내고 있다. 생활이 나아지면서 합성세제, 일회용품 사용 증가로 하천이 몸살을 앓는다. 바다가 몸살을 앓는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0년 봄·여름호

온수 정수기

온수 정수기 이제민 미세먼지 많은 날 칼칼한 목 따뜻한 차 한 잔 생각난다. 정수기에 찻잔을 놓고 온수 버튼 누르면 기다림 없이 바로 나오는 따끈한 물 찻잎을 넣고 한 모금 마신다. 정수기 없이는 마음 놓고 마시지 못하는 물 언제부턴가 필수품이 되었다. 주방에 자리 잡은 후 포근한 분위기가 물씬 수시로 찾는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0년 봄·여름호

미세먼지 많은 날

미세먼지 많은 날 이제민 꽃샘추위 견디고 벚꽃이 곱게 피는데 야속하게도 기상청은 미세먼지 나쁨 예보다. 마스크 쓰고 나들이 희뿌연 하늘 보며 언제쯤 청명한 날 기대해 볼까? 대부분 자동차, 발전소, 보일러 등 연료 배출물질이 주요 원인 친환경 정책으로 줄이려 한다지만 갈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눈도 따갑고 목도 칼칼한 흐드러지게 핀 벚꽃도 숨죽이는 3월 미세먼지 없는 세상 살고 싶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20년 봄·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