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세상 134

여름 가뭄

여름 가뭄 이제민 강렬한 태양 거리에는 발걸음이 뜸하고 간혹 헐떡이는 숨을 생수로 축인다. 파릇파릇하던 꽃잎 시들시들 타들어 가고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논밭 농민들은 물 대기에 사투를 벌인다. 저수지가 메말라 살아남은 물고기도 배를 드러낸 채 벌렁벌렁 가쁜 숨을 몰아쉰다. 애타는 심정 하늘만 쳐다볼 수 없어 가뭄 심한 지역에선 기우제도 지낸다. 한줄기 비라도 밤하늘 별빛처럼 쏟아지길 간절히 바라지만 불볕더위가 여전히 강렬하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17년 가을·겨울호

문손잡이 외 2편 (한국문학세상 2017년 겨울 봄 여름호)

문손잡이 이제민 벽에는 문이 있다. 문에는 손잡이가 있다. 문 앞에서 긴 호흡 하며 손잡이를 잡는다. 문 안과 밖 온도 차이 느끼며 가깝기도 먼 세월 똑똑 똑똑똑 문을 여는 순간 펼쳐진 세상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희망의 길.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17년 겨울·봄·여름호 파도 이제민 흔들리는 마음 비집고 넘실대는 파도 온갖 잡념 구석구석 품으며 물결친다. 고요한 마음 헤집고 일렁이는 파도 갖은 집념 조각조각 부수며 소용돌이친다. 처얼석 처얼석 밀려갔다 밀려오는 사이 그리움이 자란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17년 겨울·봄·여름호 새봄을 기다리며 이제민 새봄 기다리며 풍요로운 마음 나만의 바람인가 계절은 바뀌..

새봄을 기다리며

새봄을 기다리며 이제민 새봄 기다리며 풍요로운 마음 나만의 바람인가 계절은 바뀌어 새로운 씨앗 움트는데 시샘하듯 얄궂은 바람 질투의 몸부림인가 모진 추위 견딘 어린나무 어김없이 꽃눈 틔우는데 어두컴컴한 골방 손발은 시리고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허름한 공간 머지않아 암울한 시대는 가고 새봄은 다가오겠지.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17년 겨울·봄·여름호

봄이 오는 길 외 2편 (한국문학세상 2016년 봄·여름·가을호)

봄이 오는 길 이제민 아직은 바람이 찬 산 들녘 봄의 기운이 움트기 시작한다. 두 어깨에 짊어진 겨울 잔상 봄볕에 사르르 발걸음도 가볍다. 대지마다 새순이 돋고 꽃이 피고 유혹의 손길에 마음마저 설렌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 아지랑이 너울너울 하늘거리고 따스한 햇볕에 움츠러든 마음 활짝 연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16년 봄·여름·가을호 밤에 마시는 커피 한 잔 이제민 하루 일을 마감하고 그리움이 밀려오면 커피 한 잔 생각이 간절하다. 조용한 피아노 멜로디 흘러간 시간 끄집어내듯 감미로운 선율 음표 물결의 파장이 잔잔하다. 유리창 너머 밤하늘 별들이 반짝이고 둥글게 떠있는 보름달 커피잔에 아롱거린다. 무거운 마음 진한 향에 훌훌 털어버리고 간절한 소원 빌..

메르스 대처를 보며 외 1편 (한국문학세상 2015년 여름 가을 겨울호)

메르스 대처를 보며 이제민 낙타에서 감염된다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공기 중 감염이 아닌 비말감염*이라 금세 마무리될 거라 했는데 감염자가 하나둘 나오고 격리자가 늘어나고 사망자 수 발표될 때마다 공포로 다가온다. 1년 전 세월호 참사 때처럼 초동대처 못 해 뭇매 맞고도 골든타임 놓치고 우왕좌왕 모습에 또다시 분노를 느낀다. 손 세정제 비치, 마스크 착용, 소독 철저 곳곳에 붙은 예방 안내문도 무색하게 아파도 병원 가기 두렵고 버스 지하철 타기 겁나고 마트 대공원 등 사람 모이는 곳 또한 멀리하게 된다. 인적이 뜸한 한산한 도심 거리 한숨짓는 상인의 얼굴엔 미소가 멈춰진 지 오래다. 초동대처 실패해 부랴부랴 확산을 막으려 해도 3차 감염자가 나와 빠른 시기 종식은 어려워 보인다. 메르스 최전선에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