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천장 이제민 어둠이 무르익자 나의 하루가 상영 중인 영화로 천장에서 무심코 걸어 나온다. 영화배우처럼 오늘도 주인공이 되어 연기에 열중이다. 연기는 초보지만 어떤 역을 줘도 나는 항상 주인공이었다. 자원봉사인 조연들, 너절한 소품들 벗 삼아 매일 한 컷씩 셔터를 눌러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 삶의 빈 허무뿐이었다. 홍보가 안 되어서, 아님 연기가 부족했는지 매번 관객동원에는 실패했지만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온몸을 짓누르는 고통만이 있을 뿐이다. 어느 정도 영화는 절정에 달하고 배우, 관객 모두 분위기에 심취하자 천장은 예견된 듯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마치, 다음 컷을 준비하려고. ------------------------ ·계간 『한국문학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