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발표詩】 249

반딧불이

반딧불이 이제민 어둠이 몰려오면 꽁무니에서 빛나는 반딧불 반짝반짝 별처럼 누구를 위해서 반짝거리는 걸까? 전기가 없던 시절 호롱불이 꺼지면 반딧불 하나로 방안을 밝혀주는 고마운 님 어둠은 새벽을 향해 줄달음치고 피로가 온몸에 몰려오면 빛은 스스로 사라지고 제 생명을 다하는 순결한 사랑 짧은 일생 볼품없는 빛이지만 세상을 향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반딧불이.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07년 여름호

천장

천장 이제민 어둠이 무르익자 나의 하루가 상영 중인 영화로 천장에서 무심코 걸어 나온다. 영화배우처럼 오늘도 주인공이 되어 연기에 열중이다. 연기는 초보지만 어떤 역을 줘도 나는 항상 주인공이었다. 자원봉사인 조연들, 너절한 소품들 벗 삼아 매일 한 컷씩 셔터를 눌러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 삶의 빈 허무뿐이었다. 홍보가 안 되어서, 아님 연기가 부족했는지 매번 관객동원에는 실패했지만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온몸을 짓누르는 고통만이 있을 뿐이다. 어느 정도 영화는 절정에 달하고 배우, 관객 모두 분위기에 심취하자 천장은 예견된 듯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마치, 다음 컷을 준비하려고. ------------------------ ·계간 『한국문학세상』..

천장 외1편 (한국문학세상 2007년 여름호)

천장 이제민 어둠이 무르익자 나의 하루가 상영 중인 영화로 천장에서 무심코 걸어 나온다. 영화배우처럼 오늘도 주인공이 되어 연기에 열중이다. 연기는 초보지만 어떤 역을 줘도 나는 항상 주인공이었다. 자원봉사인 조연들, 너절한 소품들 벗 삼아 매일 한 컷씩 셔터를 눌러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 삶의 빈 허무뿐이었다. 홍보가 안 되어서, 아님 연기가 부족했는지 매번 관객동원에는 실패했지만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온몸을 짓누르는 고통만이 있을 뿐이다. 어느 정도 영화는 절정에 달하고 배우, 관객 모두 분위기에 심취하자 천장은 예견된 듯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마치, 다음 컷을 준비하려고. ------------------------ ·계간 『한국문학세상』..

거울에 비친 모습 외1편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6월호)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6월호 거울에 비친 모습 외1편 거울에 비친 모습 이제민 거울에 비친 모습 내가 아니다. 너를 만날 땐 거울 앞에 서서 본 모습 감추려 화장하고 치장하지만 마음만은 감출 수 없다. 너를 향한 마음 드려내기 쑥스러워 감추는 내가 야속하지만 내 마음도 모르는 채 거울 속 너는 보조개를 드러내며 배시시 웃고 있다. 거울에 비친 모습 내가 아니다 진정 나일 수 없다.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6월호 시 쓰는 날에는 이제민 시가 잘 써지는 날에는 클래식 음악과 한 잔의 커피가 있다. 클래식은 리듬을 부드럽게 만들고 한 잔의 커피는 은은한 향기를 뿜어낸다. 시가 잘 안 써지는 날에도 클래식 음악과 한 잔의 커피가 있다. 클래식은 마음의..

시 쓰는 날에는

시 쓰는 날에는 이제민 시가 잘 써지는 날에는 클래식 음악과 한 잔의 커피가 있다. 클래식은 리듬을 부드럽게 만들고 한 잔의 커피는 은은한 향기를 뿜어낸다. 시가 잘 안 써지는 날에도 클래식 음악과 한 잔의 커피가 있다. 클래식은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고 한 잔의 커피는 타는 갈증을 없애게 한다. 시 쓰는 날에는 클래식 선율을 들으며 커피 한 잔을 마신다.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6월호

거울에 비친 모습

거울에 비친 모습 이제민 거울에 비친 모습 내가 아니다. 너를 만날 땐 거울 앞에 서서 본 모습 감추려 화장하고 치장하지만 마음만은 감출 수 없다. 너를 향한 마음 드려내기 쑥스러워 감추는 내가 야속하지만 내 마음도 모르는 채 거울 속 너는 보조개를 드러내며 배시시 웃고 있다. 거울에 비친 모습 내가 아니다 진정 나일 수 없다.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6월호

조약돌 외1편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5월호)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5월호 조약돌 외1편 조약돌 이제민 바닷가에 한 소년 조약돌 줍는 아이. 파도에 떠밀려 세월이 지나는지 모르는 채 예쁜 조약돌 하나 주머니에 넣었다. 촉감이 부드러우면서 조그만 손에 따사로움이 전해지고 한 소녀에게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는 듯 뒤돌아 건네준 지나온 발자취. 파도소리도 잊은 채 짭짤한 바다 바람에 시간은 멎고 소녀는 조약돌을 만지작거리며 한 소년과 함께 나란히 이 길을 걷고 있다.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5월호 새벽 커피 이제민 모처럼 일찍 일어나 마시는 커피 달콤하다. 커튼 사이로 막 깨어난 햇살에 커피향이 피어오르고 밤새 꿈속을 달려온 목마름을 한 잔의 커피로 달랜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상쾌한 음악에 몸..

새벽 커피

새벽 커피 이제민 모처럼 일찍 일어나 마시는 커피 달콤하다. 커튼 사이로 막 깨어난 햇살에 커피향이 피어오르고 밤새 꿈속을 달려온 목마름을 한 잔의 커피로 달랜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상쾌한 음악에 몸을 가볍게 흔들며 아침을 맞이한다. 오늘은 새·벽·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5월호 ·계간 『한국문학세상』 2008년 겨울호

조약돌

조약돌 이제민 바닷가에 한 소년 조약돌 줍는 아이. 파도에 떠밀려 세월이 지나는지 모르는 채 예쁜 조약돌 하나 주머니에 넣었다. 촉감이 부드러우면서 조그만 손에 따사로움이 전해지고 한 소녀에게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는 듯 뒤돌아 건네준 지나온 발자취. 파도소리도 잊은 채 짭짤한 바다 바람에 시간은 멎고 소녀는 조약돌을 만지작거리며 한 소년과 함께 나란히 이 길을 걷고 있다. ------------------------ ·월간 누리 시문학 2007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