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발표詩】 248

펜션에서의 하룻밤

펜션에서의 하룻밤 이제민 소백산 자락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집 상추, 고추, 가지 등 가꾸며 사는 귀농인 부부 너그러운 마음에 정감이 간다. 도시에서 느껴보지 못한 맑은 공기 산새들의 지저귐 시원한 바람이 옷깃을 스민다. 지붕을 짚으로 만든 운치 있는 원두막 정자(亭子)에서 굽이굽이 나 있는 산길 보며 그윽한 차 한 잔 마신다. 밤이 되면 동화나라 온 듯한 야경 바비큐 파티를 하며 서로 힘든 일 훌훌 털어버리고 밤하늘 별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19년 봄·여름호

인생길 외 2편 (한국문학세상 2018년 가을 겨울호)

인생길 이제민 흐르는 물길 따라 거스를 수 없는 인생길 밤하늘 별처럼 한때는 반짝거릴 때도 있었지만 뒤돌아보면 늘 제자리였다. 많은 선구자가 긴 호흡으로 천천히 가야 한다는 인생길 지나고 나면 부질없는 것을 누굴 위하여, 무엇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채워놓았을까 한순간만이라도 비움을 실천으로 삼아 가벼워지는 마음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18년 가을·겨울호 시골길 이제민 시내 어디 가도 차들로 북적이는 도로 주변은 도시빌딩으로 장막을 친다. 바쁜 시간, 반복되는 일상 벗어나고 싶어 오랜만에 시골에 갔다. 길옆으로 코스모스 한들한들 들녘에서 부는 산들바람 흥얼흥얼 콧노래 부르며 싱그러운 바람 향기에 마음마저 시원하다. 하루해가 뉘엿뉘엿..

강물처럼

강물처럼 이제민 머물지 않고 흘러갑니다. 강굽이 지날 때면 급물살 치다가 잔잔해지듯 긴긴 세월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서두름 없이 흘러갔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세월 깊은 그리움 차 한 잔을 마셔도 풀리지 않는 날 많았습니다. 노을 진 강가에서 스치는 바람에 마음 실어 흐르는 강물에 그리움 떨쳐 보냅니다. 머물지 않고 강물처럼 늘 흘러갑니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18년 가을·겨울호

시골길

시골길 이제민 시내 어디 가도 차들로 북적이는 도로 주변은 도시빌딩으로 장막을 친다. 바쁜 시간, 반복되는 일상 벗어나고 싶어 오랜만에 시골에 갔다. 길옆으로 코스모스 한들한들 들녘에서 부는 산들바람 흥얼흥얼 콧노래 부르며 싱그러운 바람 향기에 마음마저 시원하다. 하루해가 뉘엿뉘엿 지면 산 너머 노을이 붉은 미소를 짓는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18년 가을·겨울호

가을 단상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소식지 [담다] 2018, September 19호)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https://www.nnibr.re.kr/가을단상이제민고추 말리는 아낙네의 손가을걷이하는 농부의 얼굴가을 햇살은 따사롭기만 하다.긴긴 기다림으로간절함으로한 해의 풍요를 기도하던 일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가을은 무르익어 가고이른 새벽부터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가을은 깊어만 가고하늘 높이 나는 고추잠자리가을은 높아만 가네.가을 그림자길게 늘어지면한 해의 내 그림자도편히 쉬겠지.  시인 / 이제민계간 신인문학상 당선(2005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학세상 회원시집 내 마음속의 작은 병정들 1, 2집 등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소식지 [담다] 2018, September 19호

여름 가뭄 외 2편 (한국문학세상 2017년 가을 겨울호)

여름 가뭄 이제민 강렬한 태양 거리에는 발걸음이 뜸하고 간혹 헐떡이는 숨을 생수로 축인다. 파릇파릇하던 꽃잎 시들시들 타들어 가고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논밭 농민들은 물 대기에 사투를 벌인다. 저수지가 메말라 살아남은 물고기도 배를 드러낸 채 벌렁벌렁 가쁜 숨을 몰아쉰다. 애타는 심정 하늘만 쳐다볼 수 없어 가뭄 심한 지역에선 기우제도 지낸다. 한줄기 비라도 밤하늘 별빛처럼 쏟아지길 간절히 바라지만 불볕더위가 여전히 강렬하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17년 가을·겨울호 단비 이제민 뜨거운 대지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다. 꽃잎도 가로수도 시들시들 모두 다 갈증에 허덕이고 점점 지쳐만 간다. 어디선가 비구름이 몰려오더니 갈증을 해소해 주는 단비 소록소록 내린다..

담비

단비 이제민 뜨거운 대지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다. 꽃잎도 가로수도 시들시들 모두 다 갈증에 허덕이고 점점 지쳐만 간다. 어디선가 비구름이 몰려오더니 갈증을 해소해 주는 단비 소록소록 내린다. 메마른 꽃잎 싱글벙글 고개 숙인 나무들 두 팔 벌려 어깨춤 춘다. 쩍쩍 갈라진 논바닥 보며 심장이 타들어 가던 농부 모처럼 입가에 웃음꽃이 핀다. 저수지에도 물이 고이고 곤충들 폴짝폴짝 한여름 밤 오케스트라 연주한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17년 가을·겨울호

여름 가뭄

여름 가뭄 이제민 강렬한 태양 거리에는 발걸음이 뜸하고 간혹 헐떡이는 숨을 생수로 축인다. 파릇파릇하던 꽃잎 시들시들 타들어 가고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논밭 농민들은 물 대기에 사투를 벌인다. 저수지가 메말라 살아남은 물고기도 배를 드러낸 채 벌렁벌렁 가쁜 숨을 몰아쉰다. 애타는 심정 하늘만 쳐다볼 수 없어 가뭄 심한 지역에선 기우제도 지낸다. 한줄기 비라도 밤하늘 별빛처럼 쏟아지길 간절히 바라지만 불볕더위가 여전히 강렬하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17년 가을·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