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294

종이컵 외 1편 (한국문학세상 2010년 가을호)

종이컵 이제민 예쁘지 않고 품위도 없다지만 마음만큼은 넓고 둥글어요. 목마른 갈증 자판기에서 뽑은 차 한 잔 두 손으로 감싸면 온몸에 따스함이 스며들어 마음마저 여유로워요. 아무 데서나 서서 마실 수 있고 편한 사이 같이 마실 수 있는 차 짧은 만남이지만 빈 종이컵은 꼬기꼬기 구기지 말고 재활용 해주세요. 그래야 다시 태어날 수 있으니까요.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10년 가을호 바람의 말 이제민 처음에는 맑고 순수했던 당신 산천을 여행하면서 세상을 알아간다. 꽃을 만나 향기를 품고 비를 만나 눈물을 흘리며 살아가는 당신 탐스러운 열매에 얼굴 붉히다가 그 아래 떨어진 나뭇잎 보며 그리움을 앓아가기도 한다. 해가 뜨면 따스함을 맛보고 달이 뜨면 외로움도 느끼며..

바람의 말

바람의 말 이제민 처음에는 맑고 순수했던 당신 산천을 여행하면서 세상을 알아간다. 꽃을 만나 향기를 품고 비를 만나 눈물을 흘리며 살아가는 당신 탐스러운 열매에 얼굴 붉히다가 그 아래 떨어진 나뭇잎 보며 그리움을 앓아가기도 한다. 해가 뜨면 따스함을 맛보고 달이 뜨면 외로움도 느끼며 살아가는 당신 머리 풀어헤치며 흔들리는 갈대처럼 파도 가로지르며 질주하는 갈매기처럼 그렇게 성장해가며 인생을 배워간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10년 가을호

종이컵

종이컵 이제민 예쁘지 않고 품위도 없다지만 마음만큼은 넓고 둥글어요. 목마른 갈증 자판기에서 뽑은 차 한 잔 두 손으로 감싸면 온몸에 따스함이 스며들어 마음마저 여유로워요. 아무 데서나 서서 마실 수 있고 편한 사이 같이 마실 수 있는 차 짧은 만남이지만 빈 종이컵은 꼬기꼬기 구기지 말고 재활용 해주세요. 그래야 다시 태어날 수 있으니까요.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10년 가을호

외딴 골목길에 선 가로등 외 1편 (한국문학세상 2010년 여름호)

외딴 골목길에 선 가로등 이제민 외딴 골목길에 가로등 하나 서 있다. 발길이 뜸해지면 어김없이 나타나 어둠을 밝게 비추는 등불 두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술 한잔 마신 것처럼 흐느적거리며 지나가는 모습 낯선 광경은 아니었다. 우리들의 아버지 모습이었다. 그래도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반가이 맞아줄 가족이 있다는 것 그나마 다행이었다. 낯선 골목길에서 기다림에 지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떠돌이 인생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친구 삼아 흐릿한 기억을 더듬는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10년 여름호 아카시아꽃 이제민 푸르름 더해가는 오월 아카시아 향기 실바람 타고 솔솔 산길은 하얀 꽃 아카시아 향내 맡으며 꿀을 따는 꿀벌 연주하는 나비 눈부신..